이달의 소비 : 헬리녹스 체어
피크닉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산 아이템은 의자였다. 디자인이 곧 기능이라는 말을 하지만, 기능이 어떻든 간에 일단 예뻐야지만 살 마음이 생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산다는 건 꽤 품을 요하는 일이다. 디자인과 기능 모두를 충족하는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고, 설령 찾았다고 해도 예산 범위내에서 한참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아주 마음에 든다면 예상 금액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고,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흡족할 만한 대안을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사려는 아이템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좀 가지고 있다면 그나마 수월하겠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A부터 Z까지 샅샅이 뒤져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피크닉이라고 해봐야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조금 여유를 부렸던 게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휴대가 가능한 야외용 의자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아는 브랜드랄게 없었고, 어떤 것이 피크닉에 적합한지에 대한 생각도 크게 없었다. 품을 들여야 했다. 기준은 일단 예쁜 것, 하나였다.
일주일간의 긴 검색 끝에 눈에 들어온 의자는 '론체어 클래식'과 '하이브로우 릴렉츠 체어'였다. 론체어의 유치하지 않은 색감이 썩 괜찮았고, 하이브로우의 깔끔한 블랙 컬러가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의자의 무게와 사이즈, 폴딩 방식을 두고 고민하다 하이브로우를 사기로 했다. 론체어에 비해 무게가 나간다는 점이 신경쓰였지만,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긴 등받이가 쉼을 위한 피크닉에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고, 다리 프레임까지 블랙으로 이어지는 단정함은 오래 두고 쓸 물건에 적합한 조건이라 생각했다.
의자를 사고 처음 피크닉을 나간 날, 의자에 앉아 누리는 가을의 공기와 하늘, 나무의 향기에 엔도르핀이 돌았다. 오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가 지기 전까지 계절을 느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구매는 오랜만이네, 흡족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이른 봄과 가을이 여름과 겨울에 맞닿을 때까지 부지런히 다녔다. 피크닉을 다니는 횟수가 늘면서 어깨에 의자만 걸치고 다녔던 처음과 달리 작은 테이블 같은 자잘한 피크닉 용품이 늘었고, 짐을 들고 이동할 때마다 의자의 무게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구매할 때 신경 쓰였던 그 '무게'가 두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와닿았다. 디자인과 착석감, 빠지는 것 없이 좋았지만 가볍게 다니는 피크닉에 어쩐지 수고가 커진다 싶었다. 의자의 길이대로 접히는 폴딩 방식도 한몫했다. 접어도 1미터가 약간 넘는 길이는 무게에 더해져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트렁크 안에서도 자리의 지분이 컸다. 쉼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으나, 가볍게 이동하기에 적합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차에서 내려 의자를 들고 피크닉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가벼운 의자에 대해 생각했다. 의자를 사기 위해 밤낮으로 검색을 이어갔던 그때, 최종 후보군에 오르지 못한 '헬리녹스 체어원'을 떠올렸다. '편안함과 컴팩트함을 모두 충족하는 초경량 휴대 의자'라는 헬리녹스의 타이틀이 인상 깊었지만, 인기 많은 모델이라던 체어원 블랙의 쨍한 하늘색 컬러 다리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민트와 주황색의 조합이나, 분홍과 보라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멀티 블록' 색상도 흔하지 않은 독자적인 면이 있었으나 눈에 들어오는 정도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밀려버린 헬리녹스가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컴팩트함'과 '초경량'이라는 타이틀이야말로 피크닉에 필요한 요소임을 미리 알았다면, 진작에 헬리녹스를 샀을까, 하면서.
하이브로우 의자와 봄, 가을, 두 계절이 4번 지나는 동안 피크닉을 다녔다. 그 사이 가족이 하나 생겼고, 피크닉을 즐길 사람도 둘에서 셋으로 늘었다. 펼 때마다 예쁘고 앉을 때마다 안락했던 의자, 이제는 시간의 때가 조금 쌓인 그 의자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새 가족과 좀 더 가볍게 즐길 의자를 사기로. 헬리녹스의 체어원 미니를 들고 쫄래쫄래 쫓아오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체어원, 체어투, 체어원 미니가 나란히 나무 밑에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헬리녹스 매장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