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으로 소비하는 기분
어릴 때는 산보다 바다가 좋았다. 나무로 빽빽한 산은 어쩐지 틈을 내어주지 않는 철옹성 같은 느낌이었다. 탁 트인 시야와 반짝이는 윤슬이 주는 평화로움, 잔잔한 수평선이 주는 여유로움은 바다가 내게 주는 것들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무에 감흥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록이 주는, 밝고 선명하지만 차갑지 않은 그 푸르름을 좋아하게 됐다. 어떤 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바뀐 취향 중 하나라고 할까. 어쨌든 나는 나무의 싱그러움에 눈을 떴다. 계절을 따라 미묘하게 바뀌는 초록의 짙음을 관찰하는 일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고, 그 즐거움을 위해 나는 피크닉을 시작했다.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해가 마치 윤슬처럼 느껴진다. 바다에서 느꼈던 평화로움이 나무에도 있었구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옆에 놓인 커피와 책, 종종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해를 따라가며 위치를 바꾸는 그림자와 솔솔 부는 바람이 얹어두고 가는 나른함까지. 여유로움이 넘쳐흐른다. 나는 언제까지고 피크닉을 다니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