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로 소비하는 이미지
대학교 입학식 날, 하늘색 셔츠를 입은 선배에게 자꾸 눈이 갔다. 외모 때문이라기보다, 첫 번째 단추까지 잠가 입은 단정한 차림새가 시선을 끌었다. 후드티와 맨투맨, 과하게 멋을 부린 세미 정장 사이에서 베이지색 바지에 검은색 컨버스, 하늘색 옥스퍼드 셔츠를 목까지 잠가 반듯하게 입은 그 모습은 내게 누구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 오빠는 거의 매일 셔츠를 입었다. 어떤 날은 흰 셔츠를, 어떤 날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다. 날씨가 조금 더운 날에는 첫 번째 단추를 풀어 입곤 했지만, 반듯한 셔츠의 깃이나 구김 없이 잘 다려진 셔츠의 매무새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오빠는 멋있는 사람이었다. 멋을 낸 것 같지 않았지만, 그 오빠가 입은 셔츠에는 단정하고 또렷한 멋이, 무심한 듯 가지런한 분위기가 배어 있었다. 셔츠를 바지 밖으로 꺼내 편하게 입었을 때도, 흰 반소매 티에 걸쳐 격식 없이 입었을 때도, 발표가 있는 날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바르게 차려입었을 때도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학과 행사가 있는 날, 무거운 짐을 들기 전에 셔츠의 소매 단추를 풀어 단정히 접어 걷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빠가 ‘셔츠를 입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셔츠를 수단으로 입고, 어떤 사람은 태도로 입는다. 그 오빠는 후자였다. 그 오빠가 후드티를 입고 온 날, 친구들은 색다른 모습이라며 오빠에게 칭찬했지만, 그 옆에 선 나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셔츠 쪽이 더 좋았다. 단정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편하지만 느슨해 보이지 않는 그 경계를 나는 오랜 시간 좋아했다.
길을 가다 반듯하게 셔츠를 차려입은 남자가 보인다. 그 단정함 뒤에 숨겨진 수고를 짐작해 본다. 매무새를 잡아 옷걸이에 걸고 구겨짐의 정도를 살피며 다림질을 고민하는 수고. 그 고민의 시간까지 입은 남자는 어쩐지 성실할 것만 같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고 셔츠 입은 남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