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의 끝은 순정

이달의 소비

by 메모리브
vol9_산책_4_튜닝의끝은순정.jpg

러닝이 취미가 되면서 운동화를 네 켤레 샀다. 쿠션화 둘에 경량화, 대회용 레이스화까지. 워치에 기능성 양말, 옷 등도 빼곡히 샀다. 관련 용품을 사면서 리뷰를 몇 개나 찾아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일이든 취미든, 나는 항상 장비부터 찾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갔을 때, 신발장에서 오래된 운동화를 하나 발견했다.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내가 엄마한테 선물해 드린 러닝화였다. 색이 바래고 밑창은 다 닳았는데, 여전히 깔끔했다. 한 켤레만 신으셨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원래 걷는 걸 좋아하신다. 매일 오후엔 근처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다녀오시고, 주말이면 거리를 더 늘려 한참이나 걸으신다. 이렇게 낡은 신발로 계속 걷는 건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마음을 좀 더 써서 골랐다. 매일 운동하는 엄마가 비 오는 날에도, 다음 날에도 뽀송하게 신을 수 있도록 고어텍스 트래킹화를 선물해 드렸다.


엄마는 신발이 있는데 뭘 또 사왔냐고 하시면서 택을 먼저 뜯으셨다.

“이건 어디 갈 때 신어야 하나? 등산 갈때?” 하시며 좋아하신다.

나는 대답했다.

“그냥, 뭐 걸을 때 신으면 되지. 방수도 되고.”

“그래? 근데 요새는 신발을 잘 안 신어서.”

“네?”

“맨발로 걸어야 건강에 좋다잖아. 너도 맨발 걷기 좀 해봐라.”

그날 저녁,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황톳길 위에서 맨발로 찍은 발 사진이었다. 요즘 엄마 취미는 ‘맨발 걷기’였다.


그래… 맨발 걷기 장소까지는 안전하게 가실 테니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선으로 이어진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