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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ter 이후 May 14. 2023

우리는 유한하기에 소중하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5월의 푸름이 담긴 사진과 함께. 2023년 5월 8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분에게 드리는 편지.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엄마, 안녕. 편지는 엄청 오랜만인 것 같네요. 이번 어버이날에는 직접 편지를 써드리고 싶었어요. 벌써 제가 올해로 20대 중반이네요. 시간이 참 빠르죠? 벌써 사회생활 2년차고, 엄마 아빠랑 같은 사회인이 되어서 열심히 지내고 있어요. 자취를 하고, 혼자 나와서 지낸지도 2년인데, 엄마 아빠와 같이 지내는 것도 좋지만 생각보다 여러모로 좋은 점도 있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혼자 살아보니,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집안일을 혼자서 모두 해야 하니 이 작은 집에만 있어도 할 일이 참 많더라고요.


그리고 혼자 1인 가계를 운영해야 하니 생활비나 예산을 좀 더 신경써서 관리해야 하고, 돈 나갈 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하다 못해 옷의 지퍼가 고장나거나, 화장실 관리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하수구가 막히거나 하는 생활 속에 작은 문제도 혼자서 검색하고 해결해야 하니 생각보다 번거롭지만 삶의 지혜도 늘어난 것 같고. 이런 걸 겪으면서 하루하루 살아나가고 성장해 나가는게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신경 쓸 것들이 많지만, 이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생겨서 좋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이런 것들이요. 답을 내린 것도 있고, 여전히 모르겠는 것도 있지만 열심히, 즐겁게 살면서 찾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이제 곧 우리가 다 커서 나갈테고. 지금도 동생들도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없어서 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을 텐데, 요즘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세요? 저번에도 지나가듯이 말했지만, 엄마는 이제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으니, 엄마도 개인의 사람으로써, 하고 싶은 일이나 즐거운 새로운 일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엄마가 잘하시는 일이나, 해보고 싶은 것 뭐든지 좋아요. 아무튼 엄마가, 엄마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참 많이 느껴요. 요즘 같은 이런 각박하고 힘든 시대에도, 하루의 햇살이나 바람 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예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엄마 덕이예요. 나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엄마 딸이예요. 우리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아요. 많이 사랑해요.


큰 딸 드림.



사랑하는 우리 아빠에게


아빠 안녕! 저번 생신 때도 편지를 써 드리고 싶었는데, 못 써드리고 이번 기회에 쓰게 되네요. 엄마 편지에도 적어 두었지만, 벌써 제가 올해로 20대 중반이네요. 참, 시간이 빠르지요? 아빠는 한 직장에서 되게 오래 일하셨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 것 같아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사회 생활 2년차, 계속해서 느끼지만 아빠는 어떻게 직장을 평생동안 다니셨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사회에 나와 보니, 아빠의 말이 맞는 것도 있었고, 시대가 변해서 다른 것도 있었지만 역시 여전히 저는 제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그래도 아빠의 조언은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번에 아빠가 '사람 말을 끊지 말고 꼭 끝까지 들어야 한다. 주의가 필요하다.' 라는 말씀을 하신 뒤로 열심히 의식하면서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그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고, 아빠가 사람이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한 것, 대면해서 일해야 얻는 것이 많다고 했던 것, 지금에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어요. 제가 아빠에 비해서는 세상을 알아간지 몇 년이 되지 않아서,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생각은 계속 바뀌겠지만 지금 생각은 그래요. 요즘 회사도 즐겁게, 열심히 일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지금 저는 참 행복해요. 그러니까 아빠도 저랑 같이 건강도 잘 챙기고, 일도 보람차게 하고,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비록 아빠가 원하는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세상에는 아빠의 삶과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들이 될거예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그런 거요.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것에 대한 후회도 없어요. 그때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아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담담하게 지지해주고, 믿고 기다려 주셔서 다시 해낼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아마 이건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아빠는 참 멋진 사람이예요. 저를 바른 사람, 멋진 사람으로 키워주셨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워 주셨으니까. 그리고 또 항상 부족함 없이 해주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신 것도 당연히 알고 있어요. 덕분에 여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아, 그리고 저번에 아빠가 돈에 대한 생각을 여쭤 보셨을 때 있잖아요.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건 단순히 돈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제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 볼수도 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즐겁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세상에 전부가 돈이 아닌 건 잘 알고 있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다른 소중한 가치들이 삶에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딸이니까, 믿어도 돼요.


아빠,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같이 이 세상을 살아요. 아빠가 있어야 행복한 세상이니까. 항상 감사해요. 사랑해요!


큰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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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월 초에 일정이 많아서, 어버이날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에 선물과 같이 편지를 써서 보내드렸다. 어버이날 선물을 또 돈으로 드리면 부모님은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고 또 동생들 입으로 들어가겠지. 그래서 필요한 물건들을 고심해서 선물로 보내드렸다. 마음에 드신다고 몇 번이고 전화가 왔다. 그렇게 고가의 물건도 아니고, 엄청나게 특별한 것도 아닌데 필요한 것이었다며 고맙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한 편으로는 가슴 한 편이 뭉클거렸다. 셋을 키우시느라고 화장품 하나도 비싼 것을 쓰지 않으시던 우리 엄마에게는, 요즘 좋다던 화장품을 열심히 검색하고 찾아서 보내드렸다. 밥도 회사에서 주는 것으로 대충 해결하시고, 아끼시느라고 다 떨어져가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시던 아빠를 위해 편하다는 운동화를 찾아서 보내드렸다. 막상 생각하면서 선물을 고르다보니 참, 엄마 아빠는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셨다 싶었다. 이제서야 이걸 깨닫다니. 아니, 이제서라도 깨달아서 다행인가.


어느 유튜브에서, 사람의 일생. 시간과 관련된 것을 다루는 내용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사람은 보통 85세까지 산다고 해도 20세라면 지나간 시간은 이쯤, 그리고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다면, 부모님을 뵐 횟수는 100번도 안 된다 라면서 인생의 전체적인 그림을 표현한 표를 보여주는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100번도 안된다니. 심지어 50번도 안 되는 것 같았는데. 너무 적은 숫자이지 않나.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은 평소에 쓰지 않던 편지를 썼다. 우리는 유한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고 있다. 이미 지나간 어버이날이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5월이 가기 전에 편지 한 통이라도 소중한 나의 부모님에게 편지 전해 드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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