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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Mar 28. 2017

[안거리] 월요 기억지기, 필.

월요일은 뭔가 슬픈느낌?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제가 밭에 비료를 주고 있었는데 당시 좀 어린 나이여서 일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아버지 차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그걸 듣고 아버지한테 말했죠 ‘아빠, 배가 학생들 태운 배가 침몰했데’ 말을 꺼내고 일을 했어요.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전원 구조됐다고.’ 아 그래서 저는 다 구조됐구나 한국이 웬일이야? 일을 이렇게 잘 처리하고? 그렇게 집에 들어갓는데 오보랬어요. 그때 이후로 하루 종일 티브이만 틀어놓았던 거 같아요. 세월호 관련된 기사만 보고. 근데 그때부터 가족끼리 말도 없어지고 집안 자체가 무거운 돌로 눌러진 거 같았어요. 그게 2~3주 동안 계속됐어요. 말도 잘 안 하고 다 가족 모두 슬퍼 보였어요. 그런 마음 때문에 오게 된 것도 있지요.


기억공간에서 기억지기를 하게 된 계기


저는 여기 바로 옆에 살아요. 5분 거리에 사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이런 곳이 있다, 가보고 싶다 해서 와보게 됐다가 용운 선생님이 가까이 사니까 기억지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하게 됐어요. 기억지기를 하고 있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보다 제가 알고 있는 게 더 없다 생각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기억을 되새기러 오는 거잖아요. 저는 근데 설명까지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여기 문을 열고 기다릴 뿐이에요. 


문을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무리가 안 가니까요.


3개월 정도 됐다고 들었는데(기억지기를) 공간에 있으면 어떤가요?


제가 맡은 요일이 월요일 오전인데요. 이 동네가 조용한 동네예요. 아침에 누군가 오시면 차 드리고 전시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고 하는데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세월호 관련 서적이나 노래들을 듣고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요. 여기(기억공간)에 들어오면 항상 들어오자마자 슬픈 느낌? 월요일은 뭔가 슬픈 느낌이에요. 월요일은 뭔가 축 쳐져있는 느낌?


그 기분에 대해서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 그러지 않을까요. 세월호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와서 꼭 그렇게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 거 같아요.

페이스북에 친구들 많잖아요. 많아요 추모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니까. 제가 중국에 있었었는데 거기 있으면서 들은 논리가 이거예요 중국에서도 선박이 침몰이 됐다. 거기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일주일 만에 건지고 아무 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근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세월호는 아무도 이유를 모르잖아요. 근데 그거를 말 못 하는 제자신이 부끄러웠죠. '아, 네' 하며 수긍해버렸죠. 


집회에 참가를 하면서


일차원적인  생각인데 저는 집회에 가면은 다들 생각이 비슷한 줄 알았어요.

근데 집회 가서도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아저씨가 술냄새를 풍기며 저한테 말을 거시더라고요. 한잔을 걸치신 거 같아요. 아저씨는 저에게 박근혜 탄핵을 위해서 왔지 세월호를 위해서 온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집회를 할 때 세월호를 기억하라 구호를 외치기도 하는데 거기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구나 했어요. 근데 제가 그 아저씨에게 설득을 해봐도 너무 확고하시더라고요. 그런 사람들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글쓴이 - 오승현 

사진 촬영 - 정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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