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ㅣㅇㅓㄱ Jan 28. 2018

아픔을 안은 사람

[07_그림 인터뷰] "나의 아픔은 오름"

아픔을 안은 사람


어릴 적 나는 각자가 자신만이 아픔을 끌어안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누군가는 다른 이의 아픔을, 누군가는 자연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그림에 말을 걸어보았다. 


안녕?

안녕.


지금 안고 있는 게 뭐야?

나의 아픔.


아픔?

응. 제주도 와봤어? '오름의 왕국'이라 부를 만큼 제주도는 오름이 많아. 368개나 되거든. 


제주도는 정말 아름답더라. 그럼 너의 아픔이 오름이야? 

맞아. 여행 온 사람들은 제주도의 자연에 경탄하지.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아픔이 많아. 버려지는 쓰레기, 오염되는 바다, 개발되는 땅. 지금은 제주도 동쪽에 공항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해. 


공항을? 관광객이 많아져서 그런가 봐.

관광객이 많이 오면 지역 경제가 활발해지니까.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냐. 하지만 큰 문제가 있어.


어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몇몇은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고, 또 공항을 짓기 위해선 10개의 오름을 깎아야만 한대.


어머!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여행객들은 제주의 자연을 보기 위해 오는 건데,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다니.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왜 이렇게 모순이 많아? 


음…글쎄 나도 사람이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가장 어렵달까.

사실 아픔을 안고 있어도 그것이 아픔인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또 아픔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사람들이 아픔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줄 수 없을까?


그림의 질문이 나를 찔렀다. 우리는 저마다 아픔을 안고 있다. 그 크기나 형태도 다양하다. 때론 같은 아픔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 그것이 아픔인지 모르기도 한다. 


그림의 아픔을 알게 되니 덜어주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 그림의 아픔이 줄어들까? 그럼 우리 손자의 손자의 손자들까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을까?


노력해볼게.


글쓴이. 슮



작가의 이전글 알지 못하고 행하는,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