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ㅣㅇㅓㄱ Apr 22. 2018

4, 진실

[06_칼럼]



세월호 참사는 국가에 의한 학살이다. 이것은 비유법이 아니다.

     

#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최종적으로 인정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작위’라 하고, 하지 않는 것을 ‘부작위’라 한다. 그런데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살인을 저지른다?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이준석 선장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세월호 승객들은 자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하였다. ② 선장은 승객을 구조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③ 선장이 일정한 행위를 했으면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우선 이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선장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갖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말해 스스로 살아날 수 없는 사람을, 구조 의무도 가지고 있었고, 구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 구조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일정한 행위를 해서 ‘죽여 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승객의 자력에 의한 생존 가능성. 선내 대기방송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원들이 일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그대로 수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은 명백하다. 둘째 선장의 법적 구조의무. 선장에게 승객 구조 의무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셋째 구조 가능성. 선장이 승객들을 대피갑판으로 이동시키고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승객을 구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명백하다. 대법원 역시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준석은 세월호 승객 304명을 일정한 행위를 해서 ‘죽여 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의’인지 ‘실수’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 대법원은 이준석 선장의 ‘고의성’을 인정하였다. 즉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거는 ④ 승객들을 죽일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구조 의무를 가지고 있는 선장이 일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 또는 ‘예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승객의 사망을 내심 용인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실치사’가 아니라 ‘살인’이다.                                     

▲ 9시 46분경 선장 이준석이 팬티만 입은 채 해경 P123정에 오르고 있다.           

우리가 길에 쓰러져 있는 어떤 사람을 못 본 채 지나갔고 이후 그 사람이 사망한 경우, 우리가 그 사람을 ‘죽였다’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사람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를 모르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길 가던 또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와 다르다.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도 없었다. 선원들에 의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조치가 없으면 세월호 승객들은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그리고 선장은 이대로 가면 다 죽게 되리라는 것을 ‘인식’ 또는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곧 ‘살인’ 행위라는 것이다.      

  

#      

지금까지 이준석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관련된 법리를 다소 길게 설명하였다. 그 이유는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된 법리는 고스란히 해경에게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경 출동세력뿐만 아니라, 해경 상황실, 해경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 법리는 적용 가능하다. 이준석에게 적용된 네 가지 논리를 해경에게 적용해 보자.     

먼저 ① 세월호 승객들이 자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하였다는 점은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음으로 ② 해경 역시 선장과 마찬가지로 승객을 구조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이다. ③ 해경 역시 일정한 행위를 했으면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해경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갖는다.

다음으로 고의성에 있어서도 ④ 승객들을 죽일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너무나도 당연히 구조 의무를 가지고 있는 해양경찰 공무원이, 일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사망할 것을 ‘인식’ 또는 ‘예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승객의 사망을 내심 용인한 것으로 인정된다. 해경 역시 ‘살인’을 행한 것이다.      

현장에 나가 있는 해경 출동세력에서부터 목포에 있는 목포서, 서해청뿐만 아니라 인천에 있는 해경 본청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안에 수백 명의 승객이 있고, 배가 침몰하고 있으며, 승객들이 갑판에 나와 있지 않아서 이대로 가면 승객들이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모두 ‘인식’ 또는 ‘예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경 전체는 승객을 퇴선시키지 않았다. ‘고의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 9시 54분경 해경 P123정은 세월호에서 멀찍이 떨어져 관망하고 있다.          

현재는 진상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목적이나 의도로 그러한 행위를 하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진상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그들의 표면적인 행위만 놓고 보아도 그들은 ‘살인’과 등가성을 갖는 (부)작위를 행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끝으로 노파심에 한 가지만 더 지적하고자 한다. 비유하여 우리가 숨을 쉬는 것을 ‘작위’, 숨을 안 쉬는 것을 ‘부작위’라고 한다면, 숨을 쉬는 데는 노력이나 비용,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숨을 안 쉬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은 정말 숨 쉬듯이 당연한 일들을 하지 않았다. 세월호와 교신하는 것, 승객에게 세월호의 상황을 물어보는 것, 세월호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것 등. 이것은 인위적인 노력을 통하여 숨을 쉬지 않은 것과 같다.     


#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의 정보만 가지고도 살인이고 학살이다.

세월호 참사는 다양한 현실을 다 담아내기 힘든 ‘법’의 눈으로 보더라도 살인이고 학살이다.

세월호 참사는 학살이다. 우리는 학살의 범인을 그리고 학살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글쓴이 - 박영대 4.16시민연구소(준) 소장     

작가의 이전글 4, 03.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평생 모를지도 모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