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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Apr 22. 2018

4, 교육

[08_인터뷰]

“기억공간 웹진71077 봄호”           


 Q1.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유성상입니다. 교육과 연구를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 연구분야는 사회정의를 위한 교육 정도로 요약되는데, 국내외 교육불평등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 다양한 연구와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페다고지’라는 책의 저자인 파울로 프레이리를 제 연구의 이론적 스승으로 삼고 있으며, 교육을 통한 비판적 통찰을 중요한 교육의 과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Q2.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단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A2. 저는 세월호가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그리고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보 섞인 자막을 제 모친의 화장장 TV에서 보았습니다.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참사이지만, 이날을 기억하는데에는 제 개인적인 일이 이렇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로 숨진 희생자 및 그 가족들이 아니고서야 아픔을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 이들과 함께한다는 각종 활동의 성과가 성에 찰까, 어떤 사회적 제도가 이들의 고통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까 등등... 맘 한 구석이 아픈 채로 남아있는거죠.     


Q3.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함께 아파하며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A3.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과 그동안 이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참하게 짓밟혔다는 점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런 재앙과도 같은 일이 이 땅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잘 갖출 것인가를 논의하기 전에, 이 일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조사들을 통해 마음껏 질문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답변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날, 그 시간, 그 상황과 그 이후의 대응을 온전히 재구성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Q4. 현재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만일 진상규명이 된다면 그 후에는 이 참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요?     

A4. 그 후에는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합니다. 이 일을 둘러싸고 전개되어 온 지난 4년의 세월을 보면,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라는 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의식과 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철저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5. 특히 교육에 대한 의식과 세월호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을까요? 교육자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5. 사실 대한민국을 두고 교육 강국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교육도, 교육적인 삶과 의식적 통찰도, 교육을 통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기대도 없었지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특히 교육과 연관짓는 담론들이 많이 나옵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4.16 교육체제”라고 이름 붙이기까지 했으니까요.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 교육패러다임을 고민한다는 것은 단지 304명의 희생자들 중 학생이 많았다는 사실을 넘어,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는 것과 동시에 초중등학교의 훈육과 규정의 문제가 아닌 생명을 중심으로 둔 사회 구성원 전체의 교육적 태도가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라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죽음을 앞두고도) 그 명령에 조용히 따랐던 상황으로 상징되는 사건은 어쩌면 교육 본연의 트라우마로 영원히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Q6. 트라우마 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불쾌한 사건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서 정말 불쾌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네요.     


A6.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교육이 생명의 번영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의 중요한 매개이자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을 둘러싼 작금의 한반도 남쪽의 기계적이고 경쟁적인, 그리고 파괴적이며 경직된 상황들은 당장 바뀌어야 할 것들입니다. 그러나 300년 전의, 100년 전의, 50년 전의,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전의 교육 패러다임과 교육을 무기로 삼은 권력 구조 토대에서 일상적 패권 다툼이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전개되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해줍니다. 사실 한국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 설명하고 또 바꾸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의 이런 안타까움은 단지 안타까움의 느낌을 넘어 절망에 이르도록 하는 서글픔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또 그 배움에 터해 우리의 삶을 바꿔온 것일까요? 과연 그런 비판적 성찰과 전환을 경험하고는 있는 것일까요?     


Q7. 저는 제가 경험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세월호 참사는 커다랗게 한국인들의 의식을 흔들어놓았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박근혜 7시간에 대한 보도자료나, ‘가만히 있어라’ 같은 참사 당시의 이야기는 말씀하셨다시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인 그림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그러한 원인을 늘 그렇듯이, 교육의 문제에서 찾는 목소리도 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국가’라는 개념이 ‘교육’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방식으로 함께 이야기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7. 교육은 국가 체제 속에서 공공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동해 온 만큼 교육은 늘 다수를 대상으로 한 표준화된 활동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AI 이후에 공교육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가, 특히 근대사회의 민족국가가 존재하는 한 절대 교육, 특히 공교육시스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투자하는 영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의 이해관계와 그 속에 살아가는 한 개인의 이해관계는 서로 상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국민이 ‘국가의 국민’이기를 요구했었기에 ‘가만히 있으라’면 당연히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의례적 침묵과 복종이 따르는 것이었을 겁니다.      


Q8. 침묵과 복종이요. 지금까지의 교육은 침묵과 복종을 강조해 왔다는 것인가요?


A8. 그렇죠. 지금까지의 교육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불순종은 곧 저항으로 이해되고,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늘 반복되어 왔던 ‘빨갱이’ 낙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 4.3 사건도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국가는 본질적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구조의 주체가 되고, 개인은 본질적으로 이 구조에의 순응과 저항을 묘하게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 ‘줄 타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교육이 국가 영역에 충실히 작동하려면 보다 억압적이어야 하겠지요. 그렇지 않고 교육이 더욱 삶의 해방과 정의를 추동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면, 그 형식과 억압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한 개인이 가진 저항의 권리는 충분히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전임 대통령의 이름 석 자를 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세워진 지도자가 허수아비 혹은 바보이고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주변 가신들이 없다면 강해 보이는 억압적 리더십의 결과는 파멸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적어도 근대 사회로 한 국가의 삶이 집중되고 변화되어 오면서 개인은 곧 국가, 국가가 곧 개인이 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를 뒤집어 개인은 국가에 종속되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저항하고, 또 개인-국가의 관계를 회의하고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Q9.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개인이 변혁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세월호 활동가들이 그러한 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활동가들, 혹은 교육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A9. 존경합니다. 뭐 더 할 말이 있을까요? 한 가지 당부드리는 것은 세월호 활동가라는 직함과 함께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의 삶에서 중요한 의식적 통찰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비슷한 방식으로 보고,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저항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속해 있다는 연대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고 여겨집니다. 늘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글쓴이 - 이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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