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에서 영웅이 되는 법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틈마다 배송되는 향수가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득 동백꽃향기가 그리워지는 시간의 틈이 나의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누군가의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근황을 듣고 있는 속에서도 LP 바에 가서 헤드윅 ost를 듣고 싶어지고 그렇게 깊은 바다의 그림자를 쐬고 한참 동안 바람을 맞고 오는 날이 있다.
사소한 절망사이에서, 영혼은 굴하지 않고 마침내 일상 속에서 찾고 싶은 것들과 가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낸다.
그가 혹은 그녀가 꿈꾸던 것이 스스로 모르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그곳을 향해서 절망속에서 변모할 시간의 틈이 필요한 듯 우리는 잠시 딴청을 부리며 스스로 가야 할 곳에 이르기 위해 시간의 틈 속에 몰입한다.
새로운 시작은 이 배회하는 영혼의 취미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우리는 때로 멈춰 서서 오래된 건축을 보러 가거나 가로수길을 걷고 싶거나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향수가 문득 '지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영혼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내가 놓치고 있는 나의 감각에 귀 기울여 드디어 내가 원하고 있는 일들의 더 커다란 길에 마주하기 위해서
오늘도 바람속에 휘날리는 향수를 스치듯 지나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