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동생이 내 결혼식날 해준 말

나의 봄을 함께한 가장 오래된 친구

by 사랑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축사를 맡게 된 신부 000의 동생 000입니다.

늦은 밤까지 치열하게 수정하고 수정하여 선정되신 49인의 하객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처음 겪는 코로나라는 시기에 이렇게 어렵고, 소중한 발걸음을 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럼 축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 작은누나에게

내 인생의 첫 장면부터 함께였던 나의 가장 오랜 친구 작은누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돼서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지아, 지호가 자라는 걸 보면서

누나가 나에게 베풀었던 어린 시절의 배려와 사랑이,

늘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들이 이렇게 어른이 되고 나서 돌이켜보니

참 따뜻했던 마음이었고, 결코 당연하게 여겨질 수 없는 마음이었다는 걸 느껴

우리들의 인생을 사계절로 표현해 본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이제 막 시작된 찬란한 여름일까

아니면 1년 중 가장 빛나고 무더운 여름일까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따뜻한 봄날을 함께 보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러지

같은 애면서 뭘 그렇게 동생 먼저 챙겼어

덕분에 나는 따뜻함을 배웠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어

그래서 세상이 다 따뜻한 줄 알고만 자랐어

네가 있어서 나에게 늘 따뜻했던 봄이었어

계절의 시작인 봄을 내 인생에서 영원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꼭 하고 싶었어

새롭게 찾아올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누나가 택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랄 게

나에게 알려주었던 따뜻함과 소중함으로 누나가 있는 모든 곳이 아늑하고

행복한 시간들로 물들었으면 좋겠다

누나처럼 배려심도 깊고 자상한 남편을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앞으로 시간이 흘러 결혼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혼자일 때보다 둘이서 함께하는 시간이 더 행복해 보이는 부부가 되길,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평온한 날의 연속인 결혼생활이 되길 바라

언제든 삶의 무게가 느껴지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무조건적인 너의 편인 내가 항상 든든히 서 있으니 말이야

다시 한번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만 축사를 줄일게

친동생이지만 친오빠 같은 00올림-




사실 그날, 그 순간엔

동생의 축사를 일부러 듣지 않았다.


딴생각을 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엉엉 울까봐.

그치지 않을 눈물이 계속 흐를 걸 알아서.


그래서 결혼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다 돌아간 조용한 집에서

혼자 읽었다.


그리고 역시, 울었다.

아니, 펑펑 울었다.


이 자식…

진짜…


성인이 되고 나서

동생이 나한테 써준 편지가 1~2통 있다.


그 편지랑 이 축사는

내가 힘들 때, 웃고 싶을 때, 마음 따뜻해지고 싶을 때

꺼내 읽는 글이다.


동생은 모를 거다.

내가 이걸 얼마나 자주 읽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몽글몽글 해지는지.


고맙다 이 자식아


이래놓고 내일 또 쓸데없이 전화를 한다.


“야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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