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낚싯배를 가진 선장

by 달뭉치

#1.

이 바다엔 10명까지 승선 가능한 소규모 낚싯배를 가졌지만 선장 포함 승선인원을 7명으로 제한하는 선장이 있다.

7명 제한은 사전에 안내를 해줄 때도 꼭 지켜주십사 이야기하는 0순위 주요 내용이다.

이 선장은 소신에 따라 그렇게 배를 운영하면서도 손님들을 확실히 챙기기 때문에 단골들이 자주 찾는다.


#2.

내일은 새벽 4시에 출조 예정이다.

이번에 탑승할 인원은 선장을 포함한 7명.

‘취미로 낚시를 즐기기 위해 이렇게 이른 시간 서두르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항상 생각한다.

예약 일정이 잡힌 전 날은 늦어도 무조건 오후 8시에 취침이다.

선장의 컨디션이 곧 배의 컨디션이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나자 어느덧 시계의 긴 바늘은 35를 짧은바늘은 7을 가리키고 있다.

날씨 정보로 특이사항이 없음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내일도 무사히 다녀오게 해 주쇼.”하고 잠들기 전 바다를 향한 기도도 잊지 않는다.


#3.

선장은 당일 승선지에 승선자들보다 먼저 도착하여 승선 명부 작성을 위한 자료를 꺼내고 어선의 상태를 확인한다.

승선지를 알고 있는 단골들이 차를 타고 새벽 4시가 되기 20분 전에 도착한다.

생계가 아닌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그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승선 인원이 들었던 것보다 1명 많다.


#4.

“자자 준비들 해서 갑시다!” 무리 중 한 명이 무리들 사이에서 외친다.

선장은 대표로 보이는 그에게 다가가 말한다.

“아니 들었던 인원보다 한 명이 더 많은데요?”

“아 선장님 인원 변동이 있었는데, 배가 10인승이니까 그냥 출조점에서 말씀드리고 가려고 했죠!”

“이러시면 곤란한데…“

“애써 왔는데 그냥 출발하시죠.”


#5.

선장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오늘 출발은 인원 1명이 조정되기 전까지는 어렵겠습니다.”

“아이고 선장님 왜 이러실까. 멀리서 왔는데 좀 봐주쇼. 1명 치는 3배 비용으로 치러드리겠습니다!”

“값은 더 안 주셔도 되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어렵습니다..”

선장의 입에서 나온 어렵다는 의사표시는 달라지지 않았다.


#6.

단체로 왔던 그들은 선장에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단골에게 고집을 부린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승선하지 않고 다른 배를 찾아 떠났다.

이미 배에 탑승 인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들의 결정을 선장이 받아줄 필요는 없다.

어려운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애초에 어선을 운영하는 선장이 결정할 입장이 아니던가.

선장은 어느 정도의 씁쓸함을 머금고 어선을 정리한 뒤 집으로 돌아간다.

‘세상에는 정말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구나..“생각하면서.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다.


#7.

집에 도착한 선장은 단골들이라서 대처하기 쉽지 않았지만 자신의 소신을 지켜냈다.

선장은 이런 ‘자신만의 소신을 키질 것인가?’라는 누구에게나 간간이 찾아오는 상황이 수시로 있음을 곱씹으며,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마음 편안하게 소신을 지키는 선택으로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결정이 제일이지 않는가?”라는 혼잣말로 조용히 이 상황을 마무리하며 이번의 소신을 지켜냄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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