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아침 햇살을 감지한 눈은 또 눈치 없이 잠을 깨운다.
한 달 전 퇴사하고 현재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에게는 일을 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똑같은 일상을 시작하게 만드는 햇살이 별 의미가 없고, ‘또 아침은 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없다.
중장기적으로 할 일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무계획 상태.
#2.
요즘은 다들 취업이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아 혼자인 그는 반대로 정규직을 포기하고 딱 세 달만 놀아보기로 했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많아서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그의 마음 한편에 있던 '더 늦기 전에 퇴사하고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그 불편한 마음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것 하나 때문에.
#3.
그만두고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여행도 다니고, 근처 맛집도 다 가보고 아침에 늘어지게 자고...
행복감을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주말에 해도 되는 소박한 일들인데?"라고 말할 것들이라, 남에게 퇴사하고 이것도 해봤다고 자랑할만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특정 집단과 사회에서 멀어지고 월요일 출근이 없는 일상의 충만한 감정들은 직접 겪어본 그만이 알고 있으리라.
#4.
퇴사하고 두 달이 된 시점에서 그는 세 달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불안해져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하려 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까?
익숙하고도 낯선 만남.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그는 달력을 보고 불안을 만들어낸 그것을 느낀다.
내일은 며칠이구나, 모레는 며칠이네.."벌써 두 달이나 지났나?, 이제 한 달 남았구나.. 앞으로는 뭘 하지?"
시간은 지금 지나가고 또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가져다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낯선 손님이다.
#5.
'세 달을 놀아보자고 마음먹었으면 두 달은 마음껏 놀고, 남은 한 달은 다가올 네 달째부터의 시간을 위해 투자하는 게 맞을까?',
'세 달을 놀아보자고 했으니 세 달까지 놀고 네 달에 접어들었을 때 하는 게 맞겠지?'
명확한 무게가 없는 그 답의 크기를 저울질하다가 그는 후자에 무게추를 하나 더 두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다.
#6.
그는 시간과 조금 더 친분을 쌓아보고자 '남은 한 달은 시간과 친해지기.'라는 목표를 설정한다.
한 달 뒤 그는 당연하게도 시간과 친해지는데 실패했다.
가만히 있으면 있는 대로, 무언가를 하면 하는 대로.
시간은 그 시간대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그를 편애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온전히 그것을 느끼고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7.
그는 세 달을 온전하게 노는 데 사용했다.
퇴사할 때 목표로 했던 결과는 '성공.', 이는 그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그가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음을 당당히 여긴다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는 득이 되는 쪽으로 저울이 기울지 않았을까.
퇴사한 지 세 달이 지나고 네 달에 접어든 지금, 그는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여전히 낯선 시간을 벗 삼아 나름대로의 계획들과 함께 그만의 인생을 찾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