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100개를 산 사내

by 달뭉치

#1.

여기 참치캔 100개를 산 사내가 있다.

멍청하다고? 모르는 말씀.

100개 중 10개는 고추참치다.

그 사내가 참치캔을 찾는 건 언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소비기한이 긴 음식을 찾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치캔 안의 그 기름기를 어지간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활짝 웃어 보인다.


#2.

오늘 점심도 역시나 도시락 반찬 메뉴로 참치캔을 가져왔다.

1년 동안 참치를 먹는 걸 목표로 달려왔으나,

정말 질리지도 않을까? 벌써 364일째다.

매일 점심 저녁 1개씩 하루에 꼭 2개를 채워 먹는다.

그런데 작심삼일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내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


#3.

오늘 저녁 반찬은 고추참치다.

그 사내에겐 소소한 일탈.

하루 끝에 정신을 바짝 들게 해 줄 매운맛으로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 밥과 함께 비빈다.

내일이면 365일. "이제 참치는 그만 먹어볼까?"


#4.

오늘까지 참치를 하루에 2캔씩 먹은 지 1년째다.

내일부터는 참치 말고 다른 걸 먹어봐야지.

그 사내는 다짐을 하고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저녁 참치를 찾는다.

언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것과는 다르게 오늘 저녁 참치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 한편에 내일부턴 다른 걸 먹어보자는 생각이 있어서였을까?


#5.

그는 1년을 장식할 마지막 참치캔을 살 것인지 고민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 사내의 입장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당장 밖에 나가서 사 온다는 쪽과

사지 않고 집에 있는 다른 것을 먹는 쪽.


#6.

그 사내의 선택은 사 온다는 쪽이었다.

나가서 그는 평소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참치를 하나 손에 사들고 와서는 참치캔에 인사한다.

"오늘이면 작별이야 친구.

1년 동안 혹시 모를 상황이 없기도 했고, 사람인지라 조금은 질렸거든.

그래도 가끔 만나면 꼭 반갑게 다시 인사할게."


#7.

누구한테는 짧지만 누구한테는 긴 1년 동안이라는 기간의 목표.

1년의 목표 달성은 그를 바꿨다.

1년 동안 참치캔을 반찬으로 먹어왔다고 누구에게 말하면 믿어주기라도 할까?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무언가를 하고,

주변은 생각보다 나에게 무관심함을 깨달은 그는 이제 세상에 당당하다.

자신의 행복을 찾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자신이 아는 이들 모두의 행복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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