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먹어볼까?

“맛있어?” 아이의 인생 첫 “냠냠”

by 달뭉치

흔히 첫 돌이 지나면 뭐든지 먹어도 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분유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밥도 얼마 먹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분유를 하루 1L 이상을 거뜬히 먹을 때 우리 친구는 많아야 800ml 정도를 먹었으니 말이다.


병원에서는 먹는 양을 듣고 원래 애들마다 다르고 마른 체형이라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혹시 엄마나 아빠 중 어릴 때 양이 좀 적거나 많이 먹지 않은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범인이라서 그저 웃었었던 기억이 난다.


이유식 단계 이후 밥을 조금씩 주기 시작하며 의외로 잘 받아먹는 모습에 반해서 “아이고 귀여워”, “아이고 잘 먹는다.“라는 말과 입을 벌려달라고 “냠냠 냠냠냠 냠냠냠~”노래가 소리가 저절로 나왔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더니, 분유도 아니고 이유식도 아닌 한국인의 주식인, 유독 윤기가 나 보이는 고슬고슬한 밥이 우리 아이의 몸속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밥을 잘 먹는 걸 알고 난 후 며칠 뒤 우리 아이는 치킨과의 첫 싸움에 도전한다.

그날도 칼퇴. 집 도착 시간즈음에 맞춰 치킨이 배달될 수 있도록 와이프는 주문을 한다.

순살치킨. 배달도 한집배달로 따숩게 도착하도록.

치킨이 빨리 도착하느냐 내가 빨리 도착하느냐.

와이프는 전화로 즐거운 듯이 말한다.

“오늘은 한집배달인데, 치킨보다 빨리 올 수 있을까?

가끔 펼쳐지는 이 이벤트의 결과는 굳이 따지자면 10전 7승 정도랄까? 오늘은 나의 승리다.


띵동, “오예”

우리 친구는 첫 싸움이지만 나는 치킨과의 싸움에 익숙하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치킨은 다리가 좋냐 날개가 좋냐를 논하기 이전에 싫어할 사람이 있던가..

우리 친구도 사람이었다.


가위를 들어 튀김옷부터 잘라내고 맛있어 보이는 살 부분으로 슉슉슉 잘게 썰어놓는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숟가락보다 더 작게 잘린 살을 두 점 얹어 줘 본다.

“준비됐니 친구?”

(입에 쏙)

“맛있어?”

“냠”

“응?”

“냠냠”

“자기야 들었어?“라는 말도 뱉기 전에 집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동안 이런 걸 왜 안 줬냐는 듯 나를 보며 몸짓과 옹알이로 빨리 더 달라고 하는 우리 아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


밥 먹을 때 “냠냠 냠냠냠 냠냠냠~” 하면서 입을 벌리면 쏙 넣어주는 걸 받아만 먹던 아이가 인생 처음 치킨 먹고 “냠냠” 소리를 내고 있는 걸 앞에서 보고 잊힐 부모가 있을까?

평생을 가져갈 행복한 기억 중 하나를 얻었다.


아이에게는 그 이후로 이것저것 줘보고 있다.

그 이후 “냠냠”은 지금까지도 진짜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우리가 먹어봐도 맛있는 음식을 줬을 때만 나오는 소리가 됐다.

(대표적인 “냠냠” 대상: 치킨, 소고기, 짜장밥, 빵, 딸기)


정말 신기하다.


어느 정도 커서 우리 아이가 이 음식이 뭐다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평생 그 음식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내가 먹어본 중에 제일 맛이 좋다고 기억하고 있는 음식점에서 그 음식을 맛 보여주고 싶다.


입맛에 맞아야겠지만,

아이가 커서 곱씹어보면 ‘그 음식은 우리 엄마아빠와 먹었던 게 제일 맛있었네. 오늘 아빠랑 그 음식 먹어볼까?’라며 나에게 말 걸어주지 않더라도 생각은 해볼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하나 더 만들어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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