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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16. 2020

6. 그에겐 코발트블루
가을이 있었고

2집 이후 해체된 브라운아이즈의 작곡가 윤건은 그 해 솔로앨범을 발매한다.

곧 브라운아이드소울 앨범도 발매되면서 브라운아이즈의 노래는 2집으로 완전히 끝나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브라운아이즈 2집에는 이별송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가사의 내용에는

"오늘 이 밤이 지나가면 마지막이 되고, 이별이란 야속하기만 하다. 

나는 여전히 그대가 문을 열기를 기다리지만, 부디 내 기대는 그대는 모르기를"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노래가 둘의 이별을 먼저 알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그들의 조합을 볼 수 없는 현실이 닥치자 먼저 원인을 알고 싶었다. 불화설이나, 둘의 음악성 차이, 소속사에서의 차별 등을 보며 성공 뒤에 가려진 갈등을 상상할 수 있었다. 앨범을 연히트 치며 큰 성공을 거둔 그늘 아래엔 얼마나 각자의 갈등이 치열했을지에 대한 모습이 그려져 더 안타까웠다.

하지만 계속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었다. 앞서 말했듯, 둘은 각자의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되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이나 손오반이 뚜껑 열리면 초사이언으로 변하듯.

진정 죽는 것은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도 아니고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도 아니고 맹독 수프를 먹을 때도 아니듯.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한 각자의 음악이 나왔을 때, 기존과는 신선함이 느껴졌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도 좋았고 윤건의 어쩌다도 좋았다. 사실 나얼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던 때라 브.아.솔은 나오자마자 가요계를 휩쓸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윤건은 하고 싶은 음악을 했고, 또 꾸준히 앨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서 팬들의 입장에선 다행이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그랬다. 

(좋은 음악 오래오래 만들어주세요)


살다 보니 많은 사람과 만났고 헤어짐을 반복했다. 그중엔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고,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좋았고, 그냥 싫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재밌게 놀다가 친해졌고, 게임하다가 친해졌고, 친구의 친구와 놀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에 갈등하고, 헤어지고, 연락을 끊었다. 스물 중반 무렵 사회적인 관계는 그저 사회적인 관계를 위한 관계라 생각되어, 사회적 활동이 끝나면 연락처를 굳이 지웠던 내가 있었다.

나는 겨우 그 정도의 마음 크기를 가진 사람이었고, 마음이 더 큰 사람을 만나기까지 내 마음이 얼마나 작고 흐물 했는지 깨달았던 순간이 있었다. 마음이 더 단단하고 큰 사람은 원래, 주변에 꾸준히 있었다. 그런 마음을 매 번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현재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사회적 관계에서도 아니면 이유가 없는 만남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며 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동안 얼마나 내 오만과 편견으로 사람들을 의미 없이 만나며, 지워 갔는지 떠올려보면 흐물하고 작았던 마음이 후회가 된다.


윤건은 나얼이 어떤 존재였을까, 나얼은 윤건이 어떤 존재였을까.

둘은 가수로 성공했고, 여전히 그들의 음악을 한다. 브.아.솔은 꾸준한 앨범 활동과 콘서트로, 윤건은 앨범과 방송활동을 병행한다. 그 둘은 계속해서 브라운아이즈의 4집을 기대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런 메시지조차 사라진 것 같다. 소중함을 돌아보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것 같다. 추억이 꼭 아름다울 순 없는데 그래도 조금 더 아름답길 바란다.

나는 더 단단하고 더 큰 브라운아이즈가 나오길 바래본다.

또 윤건은 단독 공연을 한 적이 없는데 죽기 전에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윤건 베스트 3

FREE

널 미워하는 건

홍대앞에눈이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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