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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18. 2020

8. 나의 영원한 No.3

난 슬플때 힙합을 해

평범한 가사는 아니었고, 다른 힙합과는 달랐다. 빠른 속사포지만 정확한 발음이 귀에 꽂혔다. 그리고 배치기가 주는 특유의 자전적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조금은 저급한 가사와 삼류인생이 들려줄 법한 내용들의 연속,

어. 이거 내 이야긴가.


"비트박스를 잘하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북치기 박치기.

북치기 박치기 북치기 뜨프드드흐프뜨프흐드드프....?"

북치기 박치기만 잘하면 비트박스를 잘한다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렇게 그들은 배신감을 남긴 채 내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배치기가 좋아진 건 2007년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그때 선임이 그렇게 배치기 노랠 따라 했었다.

말년병장은 자신의 랩 실력을 배치기 2집을 통해 키워갔다.

"아 정신 차리게나 친구 Amigo! Amigo!"

오랜 영향으로 나도 모르게 랩을 흥얼거리게 됐고 140, 현관을 열면, 마이동풍, 청춘고백 등 수많은 명곡이 담긴 2집은 그렇게 군대의 향기와 함께 남게 되었다.

그 후 배치기의 음악을 기다렸고 배치기 3집이 나왔다. 그땐 에픽하이와, 리쌍, MC스나이퍼, 드렁큰타이거, 윤미래, MC몽, 다이나믹듀오와 같은 대중적인 피처링이 있는 랩을 들었다. 발라드의 비슷비슷한 느낌과는 달리 랩은 들으면 들을수록 신선했고 늘 새롭고 짜릿했고 최고였다.


나의 베스트는 언제나 에픽하이였고, 그 뒤는 리쌍과 배치기였다. 굳이 순위를 정하자면 리쌍이 조금 더 앞선다. 그렇게 배치기가 넘버쓰리 노래처럼 넘버쓰리가 되었다. 그렇다고 배치기가 일등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어떤 순간에는 마음 속 일위였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를 붓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에픽하이와 리쌍이 좋았다. 마음은 누구나 알다시피 쉽게 변하고 쉽게 흔들린다.


2014년에 금의환향 콘서트를 봤었다. 여기에 수많은 07년 말년병장이 있었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수많은 후임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고, 손을 들며 그들의 랩을 따라 했는데, 그 광경이 너무 좋았다. 나도 크게 아는 부분을 부르며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청춘고백을 부를 땐 왼발 할 때 왼발을 오른발 할 땐 오른발을 움직이며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했다. 그때는 사회초년생이라 그랬는지 회사도 생각나고 옛날 생각들이 스치면서 문득 청춘이 멀어져 감을 느꼈다. 하지만 힙합은 왜 존재하는가!

슬플 때 힙합을 하라고 존재한다.

그래서 난 슬플 때 힙합을 해.


모두 힙합 하십시오.

배치기여 영원하라.


베스트 3

웃고울고또웃네

어른병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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