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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19. 2020

9. 모두 찌질했던 하루

소설을 쓴다면 언젠가는 Fine thank you and you? 와 같은 느낌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사랑했던 애인의 소식을 들은 남자가 이제는 잘 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쓴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다. 겨우 월세에서 전세로 업그레이드한 자취생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자취생은 그 날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기로 했고 소주 생각도 나서 혼술을 하기로 한다.  

취기가 오른 자취생은 잠 자기 전, 인스타를 보다가 그녀의 피드를 본다.

30평의 집에 이사한 사진, 맛있는 음식 사진, #차스타그램

그리고 가난한 자취생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Fine thank you and you 가사처럼.

1.

"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 (사실은 인스타로 봤다.)

2.

"난 매일 라면만 먹어

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사실은 소고기 먹고 싶었다.)

3

"좋은 차를 샀더라

네가 버릇처럼 말한 비싼 차

나도 운전을 배워

이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고" (스무 살 때 따길 그랬다. 물론 있어도 차 못 산다.)

이렇게 마음 아픈 소설이 나온다. 물론 소설이니까 내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행복의 기준은 자기 자신이 정한다. 불안과 불행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남과 비교하지 않기 위해 SNS를 안 하는 사람도 많다. 수많은 사람의 유형이 존재하겠지만 나는 그다지 남에게 관심 없는 성격으로 SNS를 한다.

행복을 정의하는 건 개인마다 다르고, 모두가 행복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행복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 어떤 것도 불안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모든 순간인 듯하다.

누군가 그랬던가

행복한 순간 매일매일 있다고.


알랭드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을 통해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토대로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즉, 사람은 인정 욕구를 충족하길 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한 때 좋아했던 사람에게 이젠 더 이상 인정을 못 받을 거라는 불안감이 커지면 찌질해진다.

이때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난 원래 그래 왔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잖아. 하하 난 아무렇지 않아!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닌 것을 알면서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예의와 존중으로 모른 척해주겠지.

인스타에 30평에 이사한 내용과 새 차 인증의 피드를 올린 주인공은 몰래 염탐한 가난한 자취생의 소식을 덜 궁금해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십센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 가수는 아메리카노가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는 내 이야기다.

아메리카노밖에 생각이 안나는 가수였고 노래는 경박해 보였다. 나는 아메리카노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가사는 계속해서 아메리카노 좋아, 설탕 빼고 시럽 빼고 이러는 게 전혀 신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워낙 음색이 좋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개성이 강한 가수라 주변에서 많이 들렸고 그래서 그 노래들이 좋아졌다.

새벽 4시나 그게 아니고, 애상은 쿨 노래지만 이 노래들이었고 스토커가 나올 때도 제목이 이게 뭐야 라고 했던 때였다.

스토커가 갑자기 좋아진 건 2018년 HAND페스티벌이었다.

헤드라이너답게 무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었던 십센치는 스토커에 혼을 더 했는데,


지금도 안경 쓴 샌님이긴 하지만,

그 라이브 공연을 듣는 동안 잠시 그때로 돌아간 예전의 안경 쓴 샌님인 내가 그녀의 인스타를 잠시 스토커처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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