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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20. 2020

10. 스물의 비망록

여기 버즈만이 가능한 이야기가 있다. 그전에 알아야 할 게 있는데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는 버즈 였다.

버즈가 리즈시절이었던 2005~2006년을 기억할법한 나이대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자.

사실 아니라도 좋다. 그 시절이 아니라 지금도 버즈니까! 확신한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게 한 소절만 불러 보자.

그대 기억이~~~~~~

만약 운이 좋다면 상대방도 버즈라서 기쁜 마음으로 화답하지 않을까?

지난 사랑이~~~~~~

세 번째 소절은 보다 더 자연스럽게 듀엣을 할 것이다.

내 으하한을 파고호 드흐는 가흐시가 되흐어!!!

제발 가흐라고 하주 가흐라고 애쒀도 나흘 괴롭히는데!

뭔가 뿌듯하고 감동적인 순간이다.

마치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함께 했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만 같은 그런 순간.

최고의 패스로 왼손을 거뒀던 강백호와 서태웅처럼 마지막 하이파이브를 하고 각자 가던 길을 갈 수 있을까?

지나가던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둘은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2005년을 떠올릴 것이다.


2005년은 그랬다.

모진 시련 속에서도 버즈였고 미련한 마음, 설레던 여행, 스물의 사랑 모든 순간마다 버즈가 있었다.

스물은 서른만큼 별 것 없는 나이였지만 그때는 모든 게 바뀔 것 같았다. 지겨웠던 야자도,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서 셔틀을 기다렸던 것도, 모두 모두 바이 바이 하면서 멋진 대학생이 되는 꿈.

하지만 현실은 오른손에 마우스와 왼손에 키보드를, M4 또는 AK로 1 킬 10 데스 아니면 솔리드 R4로 낙오, 아니면 나한테 질럿 마린 온다. 막을 수 있어?라고 말하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라 말하며 막으면 그만큼 짜릿해하였다. 못 막는 순간들이 더 많았지만.

또는 4드론 12시 올인.

이런 전략가 같은 느낌이 스물에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꽤 큰 착각이다. 지금도 7시 저그 go go 하면 가슴이 쿵쿵거린다.


OT 때 귀여웠던 2학년 누나가 있었다. OT라서 괜히 긴장되고 낯가리고 있었는데, 그 누나랑 무서워 보이는 형들이랑 너무 어른 같고 멋있어 보였다. 술도 잘 먹고 싶어서 오버하면서 마셨는데 그 날 처음으로 필름이 끊겼다. 필름이 끊기니까 너무 불안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괜히 불안했다. 그러나 다행히 조용히 기절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챙겨주었고 나는 과친구들에게 술을 잘 못 마시는 친구로 기억되었다. 이후 개강한 뒤 술을 마시곤 했지만 사실 술보다는 어색한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컸었다.

그러다 버즈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다. 그때는 너도 나도 버즈를 부르곤 했다.

코인 노래방, 아니 미니 버즈 콘서트.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날들의 나는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했을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응답하라 2005도 왠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그 시절의 유행했던 머리, 건빵바지, KCM 패션, 막 소주를 마시기 시작하는 스무 살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스물의 비망록들을 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버즈 이야기가 빠지지 않겠지.


오늘은 왠지 버즈 노래가 그립더라.


너무 사랑했던 나를

크게 두려웠던 나를

미치도록 너를 그리워했던 날 이제는 놓아줘~


베스트3

비망록

퍼니락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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