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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20. 2020

11. 위대한 항해

제비다방은 인터넷을 하는 중에 알게 되었고, 그곳이 꽤 특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밤이 되면 제비다방이란 간판이 취한제비가 되고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다. 그곳은 날마다 가수들이 방문한다. 그곳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흥겨운 연주들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다. 그곳을 언젠가 간다면 좋아하고 가수의 공연이 있는 날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 3월의 봄은 따뜻했다. 개나리가 곳곳에 폈고, 믿을 수 없겠지만 미세먼지가 없었다. 

첫 서울의 봄은 색이 가득한 곳이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문득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우연히 봤던 제비다방이 문득 떠올라서 다시 누군가의 블로그를 봤는데 마치 오랜만에 본 친구처럼 반가웠다.  

제바다방 리스트에는 우연히 알게 되었던 권우유라는 이름이 보였다. 

첫 공연을 본 그 날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였던 권우유는 그 날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가고  

광안대교 위에 노을이 밀려오네 

모래 위를 뛰놀던 사춘기 소년들은  

처음 만난 소녀에게 수줍게 고백하네


예전에 부산을 한 번 놀러 갔었을 때 해운대와 광안리중에 선택을 해야 했는데 나는 광안대교가 있는 광안리를 택했다. 해운대가 메인인 것 같았고 광안리는 서브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광안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광안대교가 기대되는 것도 있었다. 아무튼 광안대교로 시작한 노래는 해운대의 밤을 아쉬워하며 끝나는 가사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권우유와 위대한 항해에는 위대한 키보드리스트가 있다. 

해운대의 밤이 끝난다 싶으면 화려한 키보드 독주가 시작된다.

소규모 공연장의 장점은 눈 앞에서 뮤지션의 몸짓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공연장과는 다르게 바로 앞에서 보고 있으니 기존에 이어폰으로만 들어왔던 노래와는 달랐다. 


전주 부분이 길었던 가요는 짧아지는 트렌드였다. 노래가 4분을 넘기면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길다는 이유로 락 밴드의 음악이 짧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곡된 연주 부분이 많은 밴드의 음악을 좋아한다. 락 밴드 공연에는 노래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여운을 달래주는 연주가 남아 있다. 아마 보컬로 미처 다하지 못하는 여운을 악기로 풀어간다.


그 이후로 세 번 정도 더 제비다방에서 권우유를 보았다.


그중 앨범에 없지만 한 번 들었던 사랑은 슬로우슬로우 퀵퀵이 제일 좋아졌다.

앨범 없는 게 아쉬울 정도로 권우유라는 뮤지션에 어울리는 노래였지만, 앨범과 성격이 안 맞아서 뺏다고 했다.

가끔 유튜브에 있는 영상으로 듣는데, 앨범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공연을 자주 가니까 알게 된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건 권우유라는 이름의 이유였다.

걷는다 우, 있을 유

아마 걷는다 만난다 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말해준 걸로 기억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정현종


정말 걷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발 끝에서. 


베스트 3

사랑은 슬로우슬로우 퀵퀵

해운대의 밤 (새벽ver.)

청춘의 여름


 https://www.youtube.com/watch?v=XSCuY8IW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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