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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23. 2020

13. 잘 지내나요 2020

정동일 교수의 <라틴어수업> 이란 책은 라틴어를 통해 인문학을 다루는 수업을 토대로 만든 책이다. 책 내용에서 가장 와 닿은 라틴어가 있는데 가끔 글에 인용한다. 물론 책에는 많은 라틴어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이 말을 좋아한다.  

" Si vales bene valeo" 

시 바레스 베네 발레오라고 읽으면 되고 뜻은 "당신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편지의 안부인사다. 본래 "si vales bene est ego valeo."가 길어서 줄인 인사인데 긴 문장의 뜻이 더 좋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아무래도 편지니까 편지지에 쓰일 면을 더 활용하기 위해 줄였다고 한다. 편지가 주는 느낌의 특성상 이런 안부인사가 요즘의 빠른 메신저와 비교되어 더 애틋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런 애틋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를 가진 가을방학을 좋아한다. 해마다 잘 지내나요라는 안부인사로 찾아오는 가을방학은 왠지 우리의 근황을 라틴어로 묻는 느낌이 들어 이 말이 더 좋아졌다.  


"다들 잘 지내나요 난 별 일 없는데, 정말 행복한가요!"


취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취미로 하기로 했다. 사진을 찍으면 사진과 함께 글을 쓸 수 있으니 좋아하는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러다가 글이 더 잘 쓰고 싶어 져서 독서의 양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은 어렵다. 체력이 부족해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온갖 핑계를 대고 달리지 않는다. 유일하게 달릴 때는 마라톤대회가 되었다. 이렇게 취미들이 쉽게 영향을 받는 나는 가을방학의 취미가 부러운 사람이 되었다.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의 취미는 사랑이었다. 이 노래에서 "몇 잔의 커피 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과 "그녀의 눈에 비친 삶은 서투른 춤을 추는 불꽃, 따스함을 전하기 위해 재를 남길뿐인데"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런 사람이 가진 취미라면 이 따스한 온기를 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풍경의 운치를 더 해줄 때가 온다. 노래로 풍경을 보여주는 가을방학의 이야기는 방학이 온 것처럼 좋다.

가을방학은 베스트 3으로 적기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노래 제목을 적어본다.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곳에 따라 비

속아도 꿈결

취미는 사랑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이브나

호흡 과다

한낮의 천문학

종이우산

근황

가을 겨울 봄여름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난 왜 가방에서 낙엽이 나올까

언젠가 너로 인해



베스트 3

사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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