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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Feb 25. 2020

15.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도는 동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유명한 구절인 이 글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언젠가 우주에 푹 빠지고 싶다는 생각에 엄청 열심히 코스모스를 읽었다. 인상 깊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내용을 까먹었을 정도로 책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 이같이 무지는 우주처럼 무한해서 길을 잘 잃어버린다.

책을 읽지 않아도 유명한 코스모스 영상에서는 이 넓은 우주에서 생명이 살아가는 단 하나의 지구를 이렇게 언급한다.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있었던 곳, 모든 기쁨과 고통, 종교, 문명의 창조와 파괴, 모든 왕, 농부, 연인, 부모, 아이들의 꿈, 스승, 제자, 지도자와 부패한 정치인, 슈퍼스타, 역사 속 모든 성인과 죄인,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들.

그러니까 이 모든 사람들의 코스모스라는 규칙에 놓인 작은 먼지, 즉 창백한 푸른 점에서 살다 갔었다. 그리고 칼 세이건은 마지막으로 서로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누군가의 인생 가수라 해도 나에겐 그저 그런 평범 가수가 다. 그저 그런 가수 중에 하나였는데, 좋아질 때는 특정한 상황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때였던 것 같. 가끔이지만 왠지 언젠가 와봤을 것 같은 거리 같을 때,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를 볼 때,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언제부턴가 좋아지는 시간의 기억을 걷는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공전하는 동안에도 먼 옛날 지구가 중심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야만 했고 그런 게 당연했던 때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았고, 살아남기 위해 죽임을 당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우주에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계속해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많은 사람들은 우주를 꿈꿨고, 사람들은 그 증거로 우주에 대해 많은 노래를 남겼다. 넬 또한 우주를 들려주었고 나는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노래를 듣고 완전한 팬이 되었던 것 같다.



2016년 그린플러그드에서 처음 넬의 공연을 보았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그가 가진 힘을 손오반 정도라 생각했었는데 손오반를 흡수한 마인부우였고 앵콜곡에선 초사이언 베지트의 전투력을 넘어섰다. 초사이언 베지트의 적은 전 우주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넬은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독보적인 우주를 선물했다. 한강 난지 공원에서. 그들이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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