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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01. 2020

20. 내 기억에 남은 그날들

살면서 김광석은 몇 번쯤 찾아올까. 시간은 현재를 2020년으로 만들었지만, 천재들의 물리법칙을 거부하김광석은 여전히 영원한 시간에 멈춰있다. 그럼 살면서 김광석은 몇 번 찾아올까. 한 번은 21살 입대 전에 줄곧 들었던 이등병의 편지일 것 같다. 첫 멜로디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떤 그 아련함. 이 아련함이 입영을 더 슬프게 만든다. 훈련소 가는 길이 생각나는 이 노래는 효자가 된 듯한 느낌과 왠지 진정한 사나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훈련소에서 이등병 마크를 달 때까지도 힘들었다. 이 노래가 입대 후엔 안 떠올랐던 건 이 노랠 듣고 청승맞게 군대 가는 것을 슬퍼했을 때가 가장 팔짜 좋을 때였다.


그리고 서른즈음에가 될 것 같다. 스물과는 다르게 서른은 무엇인가 이루어야 될 것 같은 나이였다. 생각보다 서른이 빨리 온 것일까 아니면 내가 서른의 자격을 못 맞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갖춰야 될게 점점 많아진다. 좋은 아들, 좋은 가족, 좋은 사람, 좋은 회사원. 돈도 이만큼 있어야 되고, 미래를 함께 할 사람도 있어야 되고,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려야 할 그럴 나이에 못 미치는 것이 두렵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나얼의 리메이크곡으로 알게 되었다. 변해가네는 리쌍의 리메이크가 있었다.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날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전설은 계속해서 회자된다.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은 수업 전에 사랑했지만을 들려주었다. 이 무슨 옛 감성의 목소린가 싶었는데 그날 미술실 밖엔 비가 왔었고, 사랑했지만이란 가사가 교실을 감쌌다. 아마 그날 미술 선생님은 옛사랑을 생각했으려나. 17살의 나는 사랑했지만의 감정을 몰랐겠지만.

어느덧 나는 김광석을 모르는 어린나이들에게 김광석의 영원한 시간을 선물해보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베스트 3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사랑했지만

그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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