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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03. 2020

22.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굵직한 연예계 사건을 터트리기 전까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연예인들은 대개 자숙기간을 가진다. 자숙기간에 보통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데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 가수처럼 활동이 없는 기간에도 다른 가수에게 자신이 만든 곡을 준다거나 아니면 반성을 핑계로 군대를 간다고 수많은 입영인들을 유린하거나. 여론을 무시한 채 자신의 재능이나 작업을 토대로 음악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편으론 이해한다. 그들도 사람이니까 실수를 할 수 있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니까. 그리고 오랫동안 그들의 노래를 사랑했었던 팬들도 있고, 그로 인해 다른 동업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테니까.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가 있다. 노래에 얽힌 이야기가 불행과 아픔으로 공감이 되는 노래가 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도덕적 이슈를 만든다. 사람들의 여론은 한 둘 씩 뒤돌아서고 노래조차 듣기 역겨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위로받아왔던 노래가 순식간에 모두 사라져 버린다. 노래를 통해 감정을 느껴왔던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계속 듣는 사람들이 있다. 문득 이런 노래조차 그가 해왔던 행동들의 일부였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노래를 모두 지워버린다.


문문은 해프닝 많은 가수중 하나였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비행운>에서 나온 한 문장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는 비행운 가사에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변형돼서 쓰였다. 문제가 생긴 후 김애란 작가에게 허락받았다고 하지만 같은 창작자로서는 왠지 마음이 뒤숭숭했을 것 같다. 서로 사전협의했었다면 조금 더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문제는 그가 화장실 몰카 범행을 한 적이 있었다. 이건 도덕성과 인성과는 다른 문제다. 사회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 당시 몰카로 떠들썩했던 사회였다. 문문은 과거에 범행 전력이 있었고, 소속사에도 그런 범행을 처음 알게 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문문을 처음 알게 된 건 비행운이었다. 인디 노래는 서로 추천하다가 알게 된다. 나는 이 전에 김애란의 <비행운>을 아주 우울하게 잘 읽었었다. 같은 제목에 같은 문장의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 외 자전적인 가사들로 만든 노래가 많았다. 물감이 그랬다. 과거의 그는 우울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목에 새긴 문신의 색색마다 어떤 의미를 담은. 그래서 엄마에 대한 가사를 많이 썼다. 문문을 떠올리면 '왜 그랬던 걸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그가 밉지만 끝내 노래가 밉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그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아무 이름도 없는 사람이 

짓다만 시들이 

우리를 살게 만들지 

내가 왜 그랬잖아요 

우린 저 별 대신 

살아갈 거라며 

제가 늘 그랬잖아요 

아픈 시대에 핀 

오월을 삼키면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베스트 3

아카시아

애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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