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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03. 2020

23. 해랑사 을신당는 나

어느 시대나 천재가 다녀 갔었던 인간의 역사. 굳이 이 사람이 천재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 그리고 이 경이로운 천재를 향한 찬사. 


우리는 모두 메날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두 번 삿포로를 여행했었다. 삿포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하코다테행 기차를 탔다. 사실 바보 같은 일인데 한 번에 하코다테로 가는 비행기가 있긴 했었다. 하코다테와 삿포로의 거리는 꽤 멀어서 낮에 출발했는데 도착할 때쯤엔 밤이 되었다. 하코다테를 간 이유는 밤의 야경이었다. 막차를 놓치면 산에서 보는 야경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차를 탔고 가까스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만약 막차를 놓쳤다면 야경을 보기 위해 하루를 더 보내야 했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늦은 밤이라 사람이 없었는데 세 명의 일본 여자들이 있었다. 아마도 나처럼 이 야경을 보기 위해 온 듯 했었다. 정신없이 오게 된 터라 그녀들의 도움이 필요했었는데 다행히 도와주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그녀들과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서로의 여행 얘기를 나눴다. 소중한 그 시간은 내 여행에서 한 켠의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운이 좋게 막차를 타서 야경을 봤고 운이 좋게 그녀들의 안내로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의 하코다테를 걷기로 했다. 하코다테에는 언덕을 의미하는 하치만자카라는 포토뷰가 있다.

나는 이 평화로운 풍경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검정치마의 Hollywood는 여행에서 듣기 좋은 노래다. 적당히 이국적인 느낌과 살짝 들리는 한국말과 영어와 내적 흥분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멜로디까지. 노래가 끝날 무렵엔 마치 여행을 끝난 후의 감정이 든다. Hollywood에 녹음된 박수소리로.


그래서 Hollywood를 들으면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있었던 모든 게 그려진다. 천재라는 수식은 검정치마에 어울린다. 그건 그가 남긴 수많은 노래로 증명했다. 어느 시대나 천재가 다녀 갔었던 인간의 역사. 굳이 이 사람이 천재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 그리고 이 경이로운 천재를 향한 찬사. 


우리는 모두 검정치마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국화 향이 물씬 나는 날

해랑사 을신당는 나


처음엔 안 넘어가는 게 아마 맞아요

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베스트3

Hollywood

난 아니에요

Antif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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