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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14. 2020

33. 여름아 부탁해

지겨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온다. 물론 겨울도 좋은 점이 많지만, 여름과 겨울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추위가 싫다는 이유 하나로 여름을 선택하겠다. 여름은 덥지만 더위를 해소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데 그건 마음먹기다. 덥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바람이 불 때 시원하다고 생각하면 그 날 하루는 그렇게 덥지 않을 수 있는 하루가 된다. 그런데 이런 마음조차 허용이 되지 않던 2018년의 여름은 그 어떤 마음도 이기지 못했던 인생 첫 패배의 여름으로 기억되었다.

 

여름은 바다를 떠오르게 하지만 사실 나는 바다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히는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릉이나 인천 같은 도시는 좋아하는데, 바다에는 여름의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왠지 바다 근처의 도시는 휴가,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사실 바다로 가는 여름 여행에는 여름의 노래를 실컷 들으면서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런 약간의 일탈이 주는 느낌이 필수여야 한다. 여름 노래는 아마 90년대가 전성기였던 것 같다. 90년대쯤엔 계절 별로 강세였던 가수들이 많았는데 특히 여름에 경쟁이 치열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 소속사에서도 계절별 노래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서로 앞다투어 경쟁했던 게 트렌드라고 생각될 만큼 한 계절을 대표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그중에서 여름의 중심엔 쿨이 있었다. 그룹명부터 쿨이란 이름과 노래들은 여름을 대표하기 좋았는데 쿨은 정말 어느 나이 때가 들어도 좋을 만큼 좋은 노래를 불렀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노래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새로운 시도를 했던 윤종신의 팥빙수는 아직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흥얼거리게 하고, 그 당시 최전성기를 달렸던 클론도 잊지 못할 여름 노래를 많이 불렀었다. 또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도 재밌는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로 여름 대표 노래가 되었다. un의 파도도 아직까지 노래방에서 불리는 걸 보면, 정말 유명한 노래라고 생각되는 노래 중에 하나다. 여름아 부타캐 아이쿵으로 시작한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하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생각나서 트랙리스트에 추가시킨다. 그리고 또 한강에서 레이나와 맥주 한잔하고 싶은 한여름밤의 꿀까지.


여름은 후덥 하고 끈끈한 날씨지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제목만큼 여름에 상상력을 최대한 불러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 때와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는 것이 여름과 겨울의 매력인 듯하다. 겨울을 추워해서 싫어 하지만 괜히 눈이 보고 싶은 건 모순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베스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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