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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12. 2020

32.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미완의 청춘을 그린다. 이 영화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화면이 전환할 때마다 강하늘이 나레이션으로 윤동주의 시를 읊는 것에 있다. 그때 시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상황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윤동주의 시를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흑백의 공간에 '윤동주'와 '송몽규'가 있는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의 시인으로 유명하게 잘 알려져서 알았지만 송몽규는 몰랐다. 영화로 송몽규라는 인물이 윤동주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게 되어 역사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영화를 본 이후로 송몽규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송몽규는 윤동주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었던 존재였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둘의 갈등을 위해 시로 절묘한 긴장을 불러일으켰지만 실제 송몽규는 윤동주만큼 시를 사랑하고, 시를 썼던 점에서 영화와는 조금 다를 것 같았다.


영화를 몇 번이나 본 지 모를 정도로 좋아서 많이 본 영화 중에 하나다. 아마 강하늘과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던 인물들이 좋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슬픔이 멈추지 않았는데, 이준익 감독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울리기 위해 작정한 것 같았다. 그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강하늘이 부른 자화상과 그 둘의 사진이 추억처럼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하늘 '자화상'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집에 가보니  미처 세월 닿지 못한 난 기억  그대로 거기 서 있어 너는 어디서 너는 멀리서  날 또 찾아 돌아왔나 이 내 모습이 그 기억 그대로  날 반겨주며 서있는데 우 너무 그리워서  우 나를 불러본다 우 떠난 나는 다시  우 나를 돌아본다 뭐든 될 수 있던 그때  난 세상만 바라봤지 나를 떠나서 날 남겨두고서  외면하고 달려갔지 나를 불러대는 내 목소리가  이제 와서 들려오네 너는 어디서 너는 멀리서  날 또 찾아 돌아왔나 이 내 모습이 그 기억 그대로  날 반겨주며 서있는데 우 너무 그리워서  우 나를 불러본다 우 떠난 나는 다시  우 나를 돌아본다


윤동주의 시에는 가을이 있었고 청춘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마음에 닿는 말들이 계속 맴돌아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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