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책을 읽고,
쌓여가는 경험만큼 잊혀지는 것도 쌓인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았던 순간들과 경험들로 채운다고는 하지만 당장 1주일 전에 함께 했었던 시간도 서로가 기억하는 부분과, 감정들이 다르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글을 남겨 보고 싶었다.
단순히 글만 남기는 게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렇게 글로 남겨지고 말할 수 있는 것보다 고마운 일이 있을까.
기억의 종류는 다양해서 늦게나마 나의 잊지 못할 순간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물론 이 글에도 일부만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기억하는 부분은 아주 작은 부분들일 것이고, 과거는 생각보다 확실하지 않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만큼 어색한 순간이 있을까. 강제로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 생각에 맞는 모임이 독서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독서모임의 시작은 2015년 10월이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책 모임을 시작했으니까 따라가 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해 첫겨울이 지나고 나서 2016년 봄까지 몇몇의 사람들과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2016년이 되면서 회사 생활로 인해 자주 가지 못 했었다.
2015년 겨울에 있었던 사람들의 몇몇은 나오지 않았다. 첫 모임이 시작되고 나서 자주 봤던 것 같은데 해가 바뀌면서 안 나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2016년엔 새로운 사람들이 모임을 대표한다고 생각될 만큼 자주 나와서 모임을 채워 나갔다.
나는 그때 바쁘고 힘들었지만 이 곳을 붙잡고 있었던 이유를 생각했다.
2015년 10월엔 특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은 왜 그토록 많이 하는 건지,
야근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연차는 겨우 2년 차인데 왜 그토록 막중한 업무를 맡는 건지
평일에는 그런 일로 가득 채운 날들이었다. 그래서 주말이 더 기다려졌다.
그전엔 매주 사진모임에 나갔었다. 같은 곳에 가더라도 사용기종에 따라, 시선에 따라, 자세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은 달라진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볼 수 있는 것은 늘 흥미로운 작업이다. 이런 점에서 재미를 느꼈지만,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독소 모임이 보였다. 오전 11시에 새로운 지역,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묘한 설렘을 주었다. 거기다 독서모임은 준비되지 않으면 쉽게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나름의 고민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여러 명이 한 책에 대한 토론을 하니 내가 놓쳤던 부분도 듣거나,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는 것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었다.
이렇든 모든 게 신선 했고. 좋은 느낌뿐이라 놓을 수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돈키호테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좋았다. 달과 6펜스, 옛 그림 보는 법, 심리 소설, 평범한 악 아이히만 등 각자가 읽고 싶었던 또는 추천하는 다양한 책들을 선정해서 읽었고, 때문에 많은 책들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져서 선정되는 대부분의 책을 구입하고, 읽으려고 했다.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것들을 흡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경험이 아니라, 간접경험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몇몇의 책들은 맞지 않아서 구입하지 않은 것도 있고 구입하고도 읽지 못했다. 그런 책들도 언젠가는 읽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즈음에는 책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을 고르는 재미, 구입하는 재미가 확실히 더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 유행하는 소확행을 책을 사는 재미로 느꼈던 것이었다.
그때 읽었던 책에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은 열한계단이었다. 관심 있는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불편한 것들을 받아들여야 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마음에 들었고, 나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2016년의 봄은 자주 못 나갔던 때였고, 많은 사람들이 친해져 가는 것이 부러울 때쯤, 독서뿐 아니라 사람들로 채워지는 모습을 보니깐 그때는 이제야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았던 2015년과 1년을 채운 2016년에 나에게는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가 재밌어졌다.
회사와 사는 곳이 변한 것뿐만 아니라, 독서라는 것을 쌓을 수 있었던 해였다.
그렇지만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책을 읽는 즐거움, 책과 연관된 책들을 읽는 재미를 느끼고, 사람들과 책에 대해서 말하는 재미를 붙였다.
어떤 것이든 출발선에서 한 발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즐거웠었고, 성장하는 모임의 한 구성원이 되고 싶었다.
#2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이 커지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2016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2017년을 함께 했다. 물론 바뀌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 같았다. 각자의 가치는 다르고, 생활이 맞아야 모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 끝나는 지점에는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되어 있을까. 헤어짐의 순간에는 어떤 말들이 오고 갈까. 그래서 2018년엔 문득 그런 생각들로 시작되어, 몇 달을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오래 알던 사람들 같아서, 그럼에도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덤덤히 받아들이겠지만,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그전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라던가, 쪽지라던가.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표현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까지 하는 요즘이 되었다.
나는 2016년에는 8월부터 11월까지 전남 장흥에 있었다. 장흥에 가기 전에 리디북스페이퍼를 구입했다. 전자책으로라도 독서를 하려고.
몇 권 읽지는 못 했다. 그렇지만 산 것은 옳았다. 여행 때 유용하게 쓰고 있다.라고 애써 위로한다.
2017년은 2월부터 5월까지 퇴사를 한 후 달콤한 휴식을 보냈다.
많은 곳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책을 읽었다. 짧은 순간들이었지만, 개인적인 시간은 그때 가장 잘 보냈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독소에서 진행되던 책을 봤는데, 2017년 최고의 책이었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7년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은 그때의 감성이 나와 가장 잘 맞는 책이었다.
그래서 2017년 전반기에 나는 내가 다자키 쓰크루라고 생각할 만큼 소설에 빠져 들어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고 다자키쓰크루의 미래에 대해서도 궁금했었다.
그때 처음 했었던 글쓰기 소소모임이 삼지창이라는 모임이었다.
거기에서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는 글을 써봤다.
소설을 읽은 ‘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나’와 닮은 것 같아서 무작정 소설의 인물을 찾기 위해 교토로 떠난다. ‘나’는 소설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을 아직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내용이 끝이다.
언젠가는 다시 그 소설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했다.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여백의 발견이다. 혼자보다는 함께 하고 싶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다행이었다. 이 소소모임이 진행되는 것이.
다양한 사람만큼 서로의 관심사도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도 신기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토요일 오전 두 시간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실 일주일 또는 이 주일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겨우 두 시간의 시간이다. 초로 7200초, 그 짧은 시간에 평일에 많은 시간을 책을 읽고 고민한다. 당연히 즐거운 일이다. 그게 재밌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취미를 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경험들과 후회들, 지식이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내가 하는 것들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재밌다.
#3 글을 쓰려고 합니다.
나는 책을 읽고,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아직 쓰지 못한 기억들을 기록했으면 좋겠다.
그 기억은 작은 부분을 파고들어 개인과 개인의 기억들까지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글들을 쓸 수 있을까.
2018년은 독서모임을 하며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중간주의 특별 프로그램은 새로운 경험으로 자극 했고, 독수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또 다른 모임의 즐거움을 주었다. 5월의 고민 잡화점도 잊을 수 없다.
그 공간은 분명 영화였다. 나도 고민을 그 잡화점에 써 냈어야 했다.
우리들은 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고민은 새털처럼 가볍지만, 코끼리처럼 무거울 수도 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 서로에게 더 많은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이란 걸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큰 그림이었을까.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진지한 고민을 공감하고 글을 써주던 모습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고민들에 대해서는 어떤 글들을 써줬을까. 이런 좋은 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참여 했던 나를 조금 미워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분명 내가 알던 2017년전 모임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2018년엔 존재했었다.
5월의 봄이 지나고,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계절은 다시 겨울이 되어 더 특별한 세 번째 송년회 보냈었다.
먹고, 즐기고, 한 해를 기념하는 것은 똑같았지만, 한 사람의 기획이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운영진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영상으로 남겼다.
그 순간들에 서로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 기획에 동참한 사람들도.
단순한모임이 아니라 이제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시점의 2018년이었다.
검사내전 책선정, 책 인증 프로젝트, 소소모임 자기앞의 생으로 큰 선물을 받았다.
지금은 나의 네 번째 소소모임이자, 두 번째 글쓰기 소소모임인 여백의 발견을 하고 있다.
일곱 명의 글은 독서토론과 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까지 우리는 어떤 것을 더 보고 듣게 될까.
점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고, 욕심이 생긴다. 이 여백의 발견 또한 나의 욕심의 대부분이 모여서 생겨났다. 글쓰기는 분명 이 욕심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책이 첫 시작이 될 것이다.
여백의 발견은 3월까지이다. 그때 쯤엔 독서모임에 나는 어떤 순간을 보게 될까.
사람들은 그대로 이 곳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새로운 한 해, 2019년을 여백의 발견으로 시작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