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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Jul 09. 2020

영화 패터슨

    장면-

아주 큰 사건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다. 그저 주인공이 시를 쓰고 있던 노트를 애완견이 찢었던 것이었다.

재산과도 같았던  노트를 잃은 주인공은 벤치에 앉아 한적하고 익숙한 풍경인 동네의 작은 폭포를 본다. 그 동네가 낯선 이방인에게는 관광지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에게 한 중년의 일본 남자가 실례합니다란 말을 건네며 벤치에 앉을 허락을 구한다. 그리고 그는 패터슨이란 책을 꺼내고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적힌 장을 펼쳐본다. 주인공은 그런 그를 본다.

중년 일본 남자는 다시 실례한다며  주인공에게 이 곳 뉴저지, 패터슨 출신이냐며 묻는다. 주인공은 그렇다고 한다.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이 곳 출신인 거 아냐고 묻는다. 주인공은 안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 윌리엄스 같은 시인이냐고 묻는다. 주인공은 아니라고 하며 저는 그냥 버스 기사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시인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한다.

중년의 일본 남자는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 버스 드라이버라 농담하며 무안했는지 시적이네요.라고 말을 더한다.

또한 당신이 윌리엄스의 시가 될 뻔했다며 또 한 번 농담을 붙인다. 그리고 영화 패터슨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 나온다.

빈 페이지가 가능성을 선사한다며 노트를 선물하면서 그는 사라진다.


 -단상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행복한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풍경, 사람들이 주는 안정감과 집에는 사랑하는 부인과 애완견이 있었다. 그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소재들과 부인의 꿈 이야기가 어느 것보다 그를 부자로 만든다는데 있어, 그가 부러웠다.

시를 사랑하는 그가 자신의 시집이 찢긴 이후의 심정이 공감될 것 같았다.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글들이 사소한 부주의로 모두 날아가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빈 페이지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라고 생각했다.

헤밍웨이 또한 소설을 쓴 종이를 모두 잃어버리고 다시 썼다고 한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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