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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Jul 08. 2020

자화상 '영화 동주'

장면 


영화 동주는 윤동주를 최소한으로 보여주지만, 우리는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영화는 윤동주의 내적 갈등을 통해 송몽규에게 색을 입혔고, 송몽규의 행동을 통해 윤동주의 색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흑백 영화 동주는 둘의 대비로 2시간을 이끈다. 송몽규는 윤동주보다 늘 앞서 있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다른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 윤동주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송몽규를 부러워하지만 그는 윤동주의 글을 너무도 사랑해서 지켜주었다.

그런 윤동주가 처음으로 송몽규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씬으로 둘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부끄러워하는 시인 윤동주는 숨어서 시집 출판을 도와주는 쿠미의 피난처에 숨어 시집 출판을 기다린다,

송몽규는 눈 앞까지 다가 온 혁명 준비를 일본 경찰에  발각당해서 실패를 하였고, 그는 새벽에 윤동주의 피난처에 찾아가서 나지막이 이름을 부른다. 

'동주야'

그러나 윤동주는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지금 고향으로 가자는 송몽규의 제안을 처음으로 거절한 윤동주였다.

윤동주는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보자는 말을 건넸고 둘은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시를 읊조린다.


자화상.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단상

영화 동주에서 그려진 윤동주의 모습은 송몽규에 가려진 그늘이었다. 강하늘이 표현한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아는 시인이었다. 상상했었던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는 행동을 통한 투쟁을 보여주는 송몽규와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윤동주를 대비한다. 한 평생 시를 부끄러워하면서도 처음 세상에 나올 시집을 기대하는 윤동주의 모습이 인상 깊다. 처음으로 송몽규의 그늘을 벗어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송몽규는 작전에 실패하고 일본 경찰에 체포당한다. 그전에 윤동주를 부르며 지금이 안 되는 이유를 묻지만 윤동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은 시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만약 그때 윤동주가 송몽규에게 시집을 내기로 했어 라고 했다면 어떤 감정을 공유하게 됐을까.

왓챠 이동진 평론가는 '다 보고 나니 눈과 귀를 맑은 물에 헹군 듯하다.'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괴로운 시대에 태어나 누구보다 부끄러움을 알았던 시인 윤동주의 시집이 발간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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