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같은 거

단편 소설

by 성운

이 순간들은 모든 것이 멍청했다. 모든 상황이 그랬다.

여름은 연이은 장마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습기가 눅눅한 방에서 닿는 모든 것이 혐오스러웠다.

새벽 2시에 어떤 걱정 아닌 걱정, 불안한 미래, 자기혐오,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쓴 글들을 곱씹다가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를 여니 깐 잼뿐이다.

식빵은 사두면, 몇 개 먹지 못한 채 오래되거나, 냉장고에 오래된 빵으로 남아 있거나

또는 먹다 남은 과자봉지들, 배가 고프지만 선 뜻 먹을 수 없는 그런 것들

어느새 이런 생활이 낯설지 않게 되고, 불편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살아갔다.

방은 넓지 않지만 비효율적인 배치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안다.

방에는 리모컨이 필요했다. 얼마 전에 산 서큘레이터의 리모컨이 없어졌다.

어디에 놔두었는지 모른 채 있을 만한 곳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편한 방법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모델을 일부러 샀지만 전혀 그 편리함을 누릴 수 없었다.

방에 불을 꺼 놓았으나, 주변의 조명은 창문을 통해 늘 밝았다.

이사를 올 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밤의 단 잠을 방해했고, 덕분에 늦게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채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고 얼마 전에 합격한 브런치에 짧게 올렸다. 최근에는 소설도 시작했다.

한국소설 공모전

거기 등단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단다. 그래서 등단해보려고 이것저것 쓰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의 디테일한 부분들은 모르겠더라.

이래서 경험이 필요한 거야 라고 생각했다.

완전 거짓말은 뻔하고 어떤 사실적 경험에 의한 리얼리티 같은 거. 사전조사 엄청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캐치하는 거.

그게 필요한데, 나는 그런 게 없잖아 하면서 또 자기비판의 시간을 가진 채 새벽 2시.

그리고 잠들다가 또 되지도 않은 글 쓰느라, 시간 보내고, 글감 찾는 것을 하루 이틀 하다가 포기하고

그러던 중 잡지 내용에 작가 인터뷰에 선명히 기억하는 얼굴이 보였다.

동기였던 박선영이었다. 인터뷰에서 재능 같은 게 있었단다.

자기만 알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어서 글쓰기 책 같은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단다. 그래서 그게 비결이냐고 물으니까, 그 외에는 글이 나 올 때까지 앉아 있는단다. 뭐 특별한 게 없이도.

표절? 유명 작가 글을 일부 표절했다고 나한테 몰래 말해 놓고 뻔뻔하게 뭐? 그러면 그것도 재능이야? 아니면 얼굴 성형하고 연예인처럼 얼굴로 논란거리로 만드는 게 재능이야?라고 지금 당장 물어보고 싶은데 너 얼마 전에 바꿨지 폰번호.

연락도 안되더라.

3년 동안 쓴 폰이 액정이 맛이 가더니 터치도 버벅거리더라. 그래서 던졌어 아니 술 먹고 손에 미끌렸지. 나는 그런 과격한 행동 못해.

뭔가 분한 마음으로 가득 찬 하루에 오늘도 참 재미없는 특별하지 않은 하루야 하며 신호등 앞에서 하늘을 보고 여름 장마철 참 좆같아. 습하게도 끈적거리는 게 자꾸 붙어. 혼자 조용히 시발하고 욕하던 순간 퇴사를 준비 중인 친구의 전화가 왔는데 이걸 받아야 하나 싶었다.

회사생활이나 물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욕으로 시작한 친구의 통화에서 내가 얼마나 연락을 안 하며 사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날 밤 그 친구 회사 주변에 있던 양꼬치집에서 만났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그곳은 내가 처음 양꼬치를 먹었던 곳이다.

뭐든지 처음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양꼬치는 특히 그랬는데, 입에 맞지 않았다 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그런데 뭐 계속 먹으니까 익숙해졌고, 익숙해짐은 특별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으면 언제나 양꼬치였다.

술을 잘 못하는 나에게 친구와 함께 먹기에는 맥주가 어울리는 음식 또한 매력적인 메뉴였다.

친구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대리 또는 과장이 되어 있었다. 이 친구는 얼마 전에 과장이 되었다.

과장은 달기 어려운 거 아냐?라고 물었지만 친구는 작은 회사면 직급을 일부러 빨리 올려 준다고 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일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과 회사에 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달리 선택할 길이 없어서 매일 사무실로 향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게 많지만 그저 꿈이었다며 만들어 놓는 관심과, 관심 이상의 재능을 뽐내는 사람 틈 사이에 세상에 있어서 나를 표현하는 글을 써보았다. 글쓰기가 그랬다. 아마도 그 순간에는 거리에 모든 것을 꽃처럼 피웠고 그땐 나의 글에도 어떤 희망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한 길도 다른 의미의 순간들을 꿈꾸면서 말이야

그런데 다들 그런 말 하면서 글 쓰고 그래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라며 또 한소리 하는 과장님 친구 소리에 질려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하는 시간을 보냈다.

잘 먹었다.

언제 네가 사주는 술 먹어보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게 있거든 이게 소재가 진짜 미쳤으니까 가능성 있어 임마.

친구는 그래 열심히 써라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저녁 11시 집에 가면 12시 정도일지 모르겠다.

두 시간 정도만 글 쓰고 자야지 하면서 거리를 걸었다.

나는 아침에 생각났던 것을 떠올렸다.

메모에는 주인공이 실수로 노인을 죽였는데 하필 그곳이 범죄 없는 마을이었다.

까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어 생각이 든 것은

마을에서는 노인을 자연사로 감추는 걸로 한다. 정부의 지원과 마을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라는 흔한 소재를 구상했다.

역시 리얼리티가 빠져서 허전한가 싶은 나는 괜히 SNS나 또 뒤적거리면서 지나간 옛사람들을 몰래 본다.

또 외국 나갔네 이놈 저번엔 미국이더니 #핀란드야 좋겠다 시발하며 혼잣말하는 나 자신이 조금 슬퍼지려 하기 전에 지하철이 도착한다는 신호가 들렸다.

막 들어가는 순간 옷이 걸려서 찢어지는 불상사.

오늘 왜 이러냐 진짜 하면서 누가 들으면 안 되니까 속으로 욕하면서 조심스레 찢어져 있던 옷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 시간이면 대부분의 것들의 반짝거린다. 주변의 대부분은 낮보다 더 알록달록한 형태의 길거리로 변해 있는다.

그러다 잠시라도 눈을 놓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 없어져라 없어져. 나도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아직은 아냐.

집 가는 길은 너무 멀다. 패닉이 불렀던 달팽이는 늘 집 가는 길이 멀었겠지.

지금 내가 뭐라고 했지? 패닉? 달팽이? 어둠? 아까 생각난 감성이 딱 좋았는데 아 지금 또 생각하려니까 뭐 생각이 안 나

그런데 오늘 한 게 뭐 있더라. 이러지 말고 진짜 범죄 없는 마을 검색해서 한 번 가볼까.

522번 여기서 40분 타고 20번 30분 거리뷰로 보니까 가로등도 없는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다. 보나 마나 배차간격은 최악일 것이다.

만약 차를 놓치면 꼼짝없이 갇히게 될 것이다.

아침 일찍 가서 주위 둘러보고 저녁이 되기 전에 가기로 했다. 훑어만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글감이 있길 바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리얼리티 같은 거 그런 게 딱 이런 곳에 있으면 딱이거든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뒤받침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나는 내일을 생각하며 잘 것이다.

나는 일어날 것이다. 내일 나는 계획대로 출발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두려운 건 없나. 차를 놓쳐서 혹은 길을 잃어서 또는 소지품을 분실해서 인적도 드물고, 그들만의 세상에 들어간 이방인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텐가.

만약 가서 내가 얻을게 또 무엇이 있는가.

마을의 거리뷰로도 볼 수 있고 요즘은 인터넷도 잘되어 있는데 굳이 고생하며 갈 필요 있을까.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것뿐인데

나는 갑자기 내일 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다시 불을 켜고 책상에 앉았다.

가서 얻을만한 게 있을까. 파고들면 더 있지 않을까.

아니다 됐다. 그냥 자자. 고민해도 나올 것 같지 않을 질문들의 연속이었다.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던 것은 내일의 계획이 없어지고 나서였다.

글이 없으면 나는 무엇일까.

어느덧 눅눅한 장마가 내가 된 것처럼 방 천장이 어둠 속에서 빙빙 돌았다.

돌다가 돌다가, 어지러워 눈을 감았는데 계속해서 천장이 돌았다. 내 몸이 뜨다가 가라앉았다의 반복이 더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아까 먹은 게 잘못된 거야? 이럴 리가 없는데

눈을 뜨기가 상당히 괴로웠다. 이상한 형체도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제야 가위에 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발

또 재수 없는 가위에 눌러 기분 나쁜 하루를 시작한다.

멍청한 세상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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