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상상력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첩보 액션보다는 판타지가 더 좋은 이유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그런가 순간이동이 가장 부러웠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그렇게 빠르게 날아다니면서도 순간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꿈에서 손오공처럼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순간이동을 했었다. 그러면 곧 꿈에서 깼는데 알람도 울리고 나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 때문에 울고 있었다. 만화를 자주 본 건 아니지만 몇 개 챙겨보는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짱구는 못 말려인데, 짱구가 유치한 것 같지만 지금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번 글은 극장판에 대해서 쓰고 싶다. 극장판을 한 10개 넘게 보니까 기본적으로 넓어진 세계관이 공통점이며 다양한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일상을 바탕에 상상을 더한다. 현실과 이상을 함께 다루면서 한 작품 한 작품 버릴 게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짱구의 기본 에피소드는 일상을 다루지만, 극장판은 기본적으로 빌런이 나와서 기존의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스토리를 다룬다. 일상에서 짱구의 역할은 어린아이 답지 않은 말들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극장판에선 위기의 떡잎마을이나 가족을 지켜내는 모험가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판에서 다루는 다양한 세계관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특히 극장판이 거듭될수록 의미 없는 악을 대표했던 빌런에서 사연 있는 빌런으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이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려면, 빌런 또한 더욱 매력적이어야 한다. 아무 의미 없이 지구 정복이나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다만 짱구 가족과 충돌되는 것은 그 빌런만의 정의가 떡잎마을이나 가족의 정의를 침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빌런의 정의가 맞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태양계에서 지구는 생명이 살아가는 단 하나의 장소다. 하지만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니 없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될 듯하다. 그런데 그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가족을 죽이는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위협하는가.
반대로, 빌런에게 짱구 가족은 왜 이들이 나의 정의를 방해하는가가 될 듯하다.
결국 이런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짱구 가족, 떡잎마을방범대 등의 활약이 돋보이게 되면서 각각의 짱구팀이 된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이게 되는 스토리가 계속되는 것이었다.
짱구가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하고 명량하며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똑똑하지만 주변을 신경 써야 하는 철수, 상냥하고 귀엽지만 화가 나면 욱하는 유리, 느릿느릿하지만 맹한 것 같지만 사실은 똑똑한 맹구, 겁 많고 울보지만 사실 기회를 엿봐서 뒤통수를 후릴 것 같은 훈이가 있다. 떡잎마을 방범대가 활약하는 에피소드 중 가장 반가웠던 모습은 미래의 맹구모습이었다.
극장판은 이렇게 일상 에피소드에서 보지 못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까지 주기 때문에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다.
신형만과 봉미선의 역할은 기본적으론 짱구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어른 제국의 역습이나 로봇 아빠 신형만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도 있다. 나이가 40이 가까워지는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들을 생각하며 울게 만드는 가슴 어린 극장판 에피소드들은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짱구를 대하는 신형만이 더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회사원, 만년 과장 등으로 정말 평범한 아빠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와세다대학졸업에 마당 있는 집 있고, 대기업에, 아내와 아들, 딸 이렇게 사는 거면 그때 일본에는 이게 평범한 기준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의 평범한 기준은 무엇일까.
짱구가 좋아하는 액션가면에도 극장판에선 다양한 활약을 한다. 일상에서 액션가면은 그저 장난감이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지만 극장판에선 실제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캡틴 아메리카 같은 존재와 함께 모험을 하는 기분은 어떨까. 물론 만화라서 짱구는 다치지도 않고 때로는 5살 아이를 능가하는 더 큰 능력을 보여준다. 어쩌면 액션가면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짱구에겐 액션가면이 필요하다.
신형만과 봉미선에게 짱구와 짱아가 필요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