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고 긴 모임을 만났었다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은 3일을 보냈다. 역시 5월은 좋은 달이다. 몇 개월간 추워서 꽁꽁 싸매고 다니는 옷도 가벼워져 기분도 상쾌한데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따뜻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다시금 찾은 자유를 즐기고 있고, 나 또한 그 풍경 중에 하나가 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길고 긴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증명하듯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시작하고 있었다. 헤어진 사람도 있었고 아직까지 여전히 혼자서 각자의 삶을 지켜오던 이도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울었지만 이 울음 속에도 어떠한 가치나 희망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면서 현재를 있게 한 과거의 연속을 떠올렸다.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지만 나는 이래서 망했다라는 표현을 하면 사람들마다 반응은 엇갈린다.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를 가엾이 보는 사람들에겐 추가로 계속해서 망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진짜 망했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위로의 말을 할지 모른 채로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이래서 망했다라는 표현을 할 때, 자신 또한 왜 망했는지 알기 때문에 썩쏘를 날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야 너두?
시간이 흐르면서 안 그래도 자기비하적인 나는 더욱더 자기 비하에 들어가기로 했다.
왜냐면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있고, 그 에너지는 어느 순간에만 불타서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리에 한 참 관심을 가졌을 때 어설펐지만 알리오올리오를 만들고, 감바스를 만들어서 먹었을 때는 맛보다는 이걸 직접 만들었다라는 만족감이 에너지를 만들었다. 아니 에너지가 있어서 만족감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먹는 것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뜯어서 끓여 먹을 수 있는 것 하나로 밥을 먹는다.
먹는 것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았던 건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에 대한 에너지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다 3일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과 나 사이에 놓인 음식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당연한 것이 머리를 스쳤다.
그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보는 나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잊고 나오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러나 3일 동안 "맛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음식 속에서도 재료와 재료의 조화가 절묘해서 먹으면서도 뿌듯했다. 음식이 맛있던 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맛있는 음식과 과거의 대화들은 오선지를 따라 음표를 그리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3일간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이 좋아진 단순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3일 동안 누군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어떤 해답이 되었으면 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 믿음이 해답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모순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답과 해답에 있어, 생각의 틀이 고정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건 내가 의식하고 있는 나이자, 내가 평생 동안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그렇게 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경계하지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더라 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의식이다. 이 무의식은 의식 속에서도 가끔씩 튀어나온다. 자기 비하적인 생각, 질투나 포기해야 될 것들, 에너지의 방향이 바뀌거나 없어질 때, 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들에 대한 것들이다.
이것들로 하여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좋아질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무의식에 포함된다.
3일간 기분이 좋았던 건 단순히 맛있는 음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어떤 순간에는 자기비하적인 생각은 독이 되는데 어떤 순간에는 자기비하가 괜찮은 감정이 된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래, 우린 망했어라는 동질감이 안심이 되는 것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몇 달간 괴롭히는 생각과 별 수 없는 생각들도 하나의 글로 정리가 되는 건 글로써 감정을 정리하는 마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지금의 생각을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로써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가 되었다. 단순함이다.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들을 마주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