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진행 하는 소설 퇴고모임을 신청하고 완성한 소설을 혼자 퇴고 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제쯤이면 스스로 퇴고 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길까. 사실 두 번이나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참고해서 퇴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완성의 부족함을 느꼈던터라 소설퇴고모임이란게 있는 걸 보자마자 신청했다. 소설퇴고모임은 다른 글쓰기모임이나 소설모임과는 달랐다. 이미 완성된 소설을 가지고 한 주에 한 번 서로의 소설을 완성 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전의 소설 모임은 소설을 완성하느라 바빴지만 소설퇴고모임은 그런 시간과는 다르게 충분히 퇴고에 대해서 생각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론 첫 날과 마지막 날 이렇게 두 번을 나갔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두 번의 퇴고 후에도 여전히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날 내 차례가 끝났다. 피드백으로 복잡해진 내 머리는 정리 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이 입으로 나왔다. 나는 보통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 한다. 속으론 분명 얘기 하고 싶었던 한 문장이 있었다. 그 한 문장만 말하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아서 한 문장을 꾸미기 위해서 하고 싶었던 아쉬움을 말했다. 결국 그게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게 더 아쉬웠다.
하여튼 숙제를 해결 하고자 했던 소설퇴고모임은 다시 숙제만 왕창 들고 온 셈이 되었고, 다시 숙제를 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는데 역시 또 나는 내가 만든 글의 세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주말이어도 집 앞의 카페는 손님이 없다. 메뉴는 3가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페퍼민트다. 빵은 팔지 않는다. 나는 평소에 시키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나는 책상에 앉아 평소처럼 글을 쓴다. 다만 무엇을 쓸지 정하지 않는 상태라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뭉쳤다가 흩어진다. 그러다 현상에 주목한다. 주식이 떨어졌다가 올랐다가 떨어진다. 코인이 떨어졌다가 올랐다가 떨어진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 블로그 방문자가 더 올랐으면 좋겠다.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다.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진다. 주변의 사람들의 코로나 확진 비중이 높아진다. 나도 조금 무섭다. 조금 피곤한데라는 생각의 허기를 지닌 채 퇴근길을 5번 반복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후 나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뒤 눈을 감고 한숨을 쉰다. 그 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백석 시인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역시 백석 시인이었다. 백석 시인은 나에게 커피를 한 잔 사달라고 한다.
“여기가 경성인가요?”
백석 시인은 웃으며 2022년의 서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며 백석 시인은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묻는다. 나는 당연히 너무 잘 안다고 말한다. 흰 바람 벽이 있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를 말한다. 그게 아직도 유명하냐고 묻는다. 너무 유명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얼마나 유명하냐고 묻는다.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보다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유명하다고 말한다. 백석 시인은 약간 실망하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나는 그의 웃음이 이상하게 슬프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웃음이 이상하게 슬프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게 2022년의 서울의 커피 맛은 어떠냐고 묻는다. 백석 시인은 커피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나는 이왕이면 스타벅스 커피맛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커피도 마음에 든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백석 시인은 서울구경을 시켜달라고 한다. 나는 그때와 별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경복궁이나 오래된 서촌의 거리, 옛 서울의 모습을 떠올린다.
백석 시인은 모던 자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젊었을 때의 백석 시인으로 서울에 온 것이 다행이라 여긴다. 나는 백석 시인님이라 부르며,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다. 백석 시인은 2022년의 서울에서 가자미를 먹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가자미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백석 시인은 가자미를 먹으며 내게 또 아는 시가 있냐고 묻는다. 나는 백석 시인의 시를 알지 못해서 스마트폰에 백석 시인님의 시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백석시인은 내 시집을 들고 다니냐며 신기해 한다. 나는 문득, 그가 사랑한 한 여인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