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월드컵

by 성운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단연 2002년이다. 벌써 20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시간은 어느덧 20년이 지났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장면이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역시 2002년이다.


이탈리아전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카드세션은 그때의 열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한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인 나는 특별하게도 미국전을 기억하는데 그건 극적인 안정환의 헤딩골 덕분이다. 나머지 폴란드나 포르투갈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준 박지성의 골장면은 유행처럼 번져서 남자들의 시그니처 무브가 되곤 했다.


이 전 1998 월드컵에서 기억이 남은 장면은 네덜란드전을 대패한 후 차범근 감독이 잘렸고 다음 벨기에전에선 졌지만 꽤 멋진 골을 넣은 유상철의 모습이다.

그리고 2002년까지 꽤 많은 한일전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마다 일본은 이겨야지라는 분위기가 당연했다.


2006 월드컵 땐 이등병이었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2002의 여운은 남아있었나 보다. 군인들도 월드컵을 본다고 모두가 들떠있었으니 말이다. 후임들은 새벽에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축구경기를 봤고 선임들은 편한 자세로 봤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게 부러웠다.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프랑스전에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피곤했던 터라 잠깐 관물대에 기댔는데 어느 선임이 군대 참 좋아졌다면서 관물대에 기댔다며 욕을 했다. 서러웠지만 어쩌겠는가 허리를 다시 꼿꼿이 펴고 끝까지 봤다. 마지막에 박지성이 골을 넣었다. 그 순간은 모두가 환호했다.


2010 월드컵 때는 술집 근처에서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아마도 기분 좋은 승리라 다들 취한 채로 편의점에 왔다. 손님 중에 한 명이 일하느라 이기는 거 못 봤겠다 재밌었는데라는 말을 했다. 뭐 그렇게 궁금하지 않다란 말을 했지만 손님은 그 말을 믿진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때쯤부터 맨유 경기를 많이 보게 되었다. 박지성은 매 경기 선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발과 후보 여부가 중요했고, 후보에 있으면 후반 교체타임까지 교체가 되길 바래야 했다. 당연히 후보에도 없으면 그날 맨유 경기는 보지 않았다.


2014 월드컵은 홍명보 감독의 의리축구가 문제 되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다. 아마 사탕 세례가 가장 안 좋은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2018 월드컵은 신태용 감독의 트릭 전술이 조롱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세계 최고인 독일을 2:0으로 이기면서 분위기는 다시 역전되었다. 그래도 한국 하면 기적을 만드는 경기가 다시 재현되었다.

2014와 2018 월드컵은 월드컵 직전 감독 교체를 하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벤투는 이번 2022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물론 이번 감독 역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선수 선발에서 기용까지 그리고 전술에 대한 의문들까지 뒤따랐다.

감독에 대한 의문을 이제와서 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그저 응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조편성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그래도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강한 전력을 가진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에도 다시 대한민국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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