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를 정리하는 글 - 세 번째
헤어질결심을 보고 나서 올 한 해 이렇게 좋은 영화보다 더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 본 게 너무 아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영화를 봤다고 하며 좋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 미치도록 좋았던 영화를 본 사람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면 말이다. 어떤 게 좋았냐고 말하자면 계속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에서 헤어질결심을 주제로 온라인 모임을 주최했는데 진행이 되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었다. 좋은 영화를 봤을 때 몇 번이나 보게 되는데 헤어질결심이 그랬다.
헤어질결심을 두 번 봤을 때 뭐라고 해야 하는 게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마치 감독이 알았던 것 같다. 헤어질결심이란 영화와 헤어질 생각을 못하도록 말이다.
어떤 사람은 헤어질결심을 네 번 이상 봤다고 하는데, 나는 짧은 시간을 두고 보는 것보다 몇 개월 단위로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나의아저씨는 1년마다 한 번은 보게 되는 것 같고, 멜로가 체질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4번까지 봤었으니까. 내년 초쯤에 아마 다시 보면 좋을 것 같다.
한동안 영화 선택을 실패하다가 우연과상상이라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만든 영화를 봤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5시간 영화인 해피아워, 드라이브마이카등으로 유명한 감독이고 때마침 드라이브마이카도 봤겠다, 우연과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 볼 수 있었다. 결론은 이 영화 역시 내 취향을 100% 담았고, 우연으로 일어나는 일에 상상을 더함으로써 영화가 해야 할 걸 한다고 생각하면서 볼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게 진짜 영화지 하면서. 사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100% 주관이니까.
다시 방황을 하다가 에브리싱에브리웨어올앳원스를 봤다. 줄여서 에에올은 100%로는 부족한 것 같다. 500% 정도 되는데 내 취향도 취향이지만 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에올은 어떤 물음을 붙여도 자연스러운 영화가 된다. 가령 영화가 너에게 무엇이냐, 사랑이란 너에게 무엇이냐, 삶의 의미는 무엇이냐, 우주는 무엇이냐 와 같은 의미 자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에에올을 보고 나서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 영화를 봐야 합니다 정말 미치도록 좋은 영화예요라고 말했던 허지웅처럼 호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사랑할땐누구나최악이된다를 봤는데 이 영화 역시 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멜로 영화였다. 보통 멜로 영화라고 하면 500일의썸머를 떠올렸는데, 이 영화의 장점은 무드 인디고, 이터널선샤인, 어바웃 타임과 그 괘를 같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편으론 아직 올해가 한 달이나 남았기 때문에 더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