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걸배울때난바보가된다

by 성운


자신의 몸을 생각대로 못 움직이는 바보가 한 명 서 있는 것을 봤다. 바로 거울을 보는 나다. 복싱을 6번이나 갔고 이제는 다음 단계로 가야 하지 않나 라지만 가르치는 자의 눈은 정확하다. 그에겐 1단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몸짓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2단계를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생각났었다. 왜였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강사에게 따로 저랑 함께 할게요 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파트너랑 함께 합을 맞췄지만.

아무튼 혼자서 다시 처음 단계로 돌아가 원 투 펀치와 스텝들을 했다.

왜 매번, 왜 늘, 할 때마다 처음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바보 같은 몸은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렇기에 다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게 중심을 잡고 스텝과 원 투 펀치의 반복의 시간으로 지긋하게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나는 뭐든 처음 할 때 느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그건 뭘까라는 고민을 했다. 어느 방면에서 빛이 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게 되었다. 분명 나도 저들보다 잘하는 게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마냥 부러워했었다.

이런 기억들은 성격에 지독한 영향을 끼친다. 뭐든 자신이 없어지고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잘 안 되는 걸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들여도 나아가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체화되기 때문에 남들만큼은 된다. 비로소 1인분은 하게 되면서 자신감은 생기지만, 그래도 들뜨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왜냐면 1인분을 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갑자기 무언가 맞아떨어져서 1인분이 아니라 1.5인분을 더 하는 나를 볼 수도 있었다.

그럴 때 1.5인분을 하는 것을 알아 차린 타인이 칭찬을 하는데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나의 과거의 경험을 너무나 잘 아니까, 이제야 1인분을 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보통 그런 말을 했다.

이를테면 아직 아니에요. 에이 그럴 리가 라는 말들.


거울을 보며 여전히 원투펀치를 반복했다. 30분 정도나 계속.

무게중심이 잡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점점 감이 잡히는 게 느껴졌다.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감을 익히는 과정을 집중하는 것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잠깐 다른 사람을 코칭하러 갔던 강사가 다시 오더니 무게 중심이 좋아졌다는 말을 했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좀 나아졌죠? 란 마음이 들었다.

6회나 원투 펀치만 했던 나는 기분이 조금 풀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올해를 정리하는 글 -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