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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Dec 13. 2022

짭쪼롬과 짜다의 경계에서

과천에서 의정부까지 택시를 호출했다. 내 돈이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이게 회사 돈이면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나는 일을 해서 회사는 돈을 벌고 회사 돈을 쓰고 택시 기사는 돈을 버는 경제시스템. 아주 좋다.

언뜻 보면 다 좋은데 왜 나는 택시에 타면 항상 눈물부터 흘리고 택시 기사는 왜 날 보며 처음 보는 것처럼 당황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택시를 탈 때 혼자 타더라도 조수석에 앉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처럼 앉았다. 그리고 택시 기사는 당연한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다. 피곤한 적이 많았다. 그저 목적지까지 빨리 가길 바랬을 뿐이었다. 그런 시간이 없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당연히 뒷 좌석의 문을 열고 앉는다. 택시 기사는 처음에 티맵대로 갈게요 그게 제일 빨라요라는 말 이후엔 아무 말 없이, 목적지를 데려다준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결코 과거라고 그때 택시기사가 말 거는, 조수석에 앉는 그 시절이 그립다거나 미화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17시에 출발한 택시에서 아직도 먼 거리가 남은 것을 지도로 보고 있었다. 배도 고팠고, 지쳐서 나는 눈을 감고 먹을 것을 생각했다. 초밥과 치킨, 족발과 삼겹살, 아니면 국밥이라도 먹고 싶다고. 그리고 잠깐 잠이 들었고,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눈을 떴다.     


의정부를 도착하니 깜깜한 밤이었다. 일을 마친 후 나는 배가 고팠고 국밥집에 들어가서 뚝배기 불고기 곱빼기를 시켰다. 배가 고파서 다 먹을 줄 알았는데 밥과 고기를 조금씩 남겼다. 다 먹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택시를 부르기 전 빵집에 들러 소금스콘을 샀다. 


 그리고 집에 가는 택시를 호출했다. 이번에도 역시 금액을 뒤로한 채 1분이라도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지쳐 있었고 소중한 빵을 놓고 내리지 않기 위해서 꼭 안고 잠은 오지 않았으나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에 도착했다. 이제는 예전의 가격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예전에 만원이면 되는 일이 이제는 만원으로 되지 않는다. 물가가 올랐다. 살아가면서 얼마큼의 물가가 더 오를까.    

 

샤워를 마친 뒤 소금스콘과 요즘 꽂혀 있는 아몬드 브리즈를 꺼냈다. 소금스콘은 겉은 짭쪼롬했는데 안은 달콤하면서 부드러웠다. 이게 만약 짜기만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한 입만 먹고 버렸을 것 같다. 짜지 않고 짭쪼롬해서 맛있는 소금스콘. 좋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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