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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Dec 19. 2022

올 해를 정리하는 글 - 독서


2017년부터 독서 리스트를 기록하는데 연 말에 매 해 뭘 읽었는지 기록하고 그중 베스트를 뽑는 것이 재밌다. 2016년 때는 열한 계단이었다. 이 책으로 불편한 책의 매력을 알았다. 당시 나에겐 책이 다시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그 타이밍에 열한 계단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2017년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였다. 한 참 재밌게 많은 책을 읽었던 해였는데 이 책을 읽고 한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딘가에 그들이 살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은 코스모스였다. 과학책을 본격적으로 재밌게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당시 정재승과 김성욱 같은 따뜻한 시선으로 들려주는 과학자들이 칼 세이건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 때문에 더 좋아졌다. 2019년은 삶의 한가운데였는데 삶과 사랑에 대한 치열한 편지 형식이 너무나 세련되어서 인상 깊게 자리 잡았다. 2020년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그리고 1이었다. 0,1에 비하면 아쉬웠지 2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그중 0을 좋아한다. 채사장이 쓰고 싶어 하고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을 집약해놓은 책이 0인 것 같아서 재밌게 읽었다. 결국 그의 책 열한 계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은 이야기의 탄생이었다. 뇌과학을 푸는 스토리의 힘 같은 건데 소설이나 글쓰기를 할 때 상당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읽진 않았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올해는 지금까지 27권을 읽었고 아마 3권 정도 더 읽을 거라고 봤을 때 올해는 결국 30권 정도를 읽을 것 같다. 다독의 욕심은 일찍이 버렸지만 그래도 한 달에 2권 이상은 읽은 셈이니 꾸준히 읽어왔던 것 같다. 사실 휴먼카인드나 호모 데우스, 웃는 남자, 총 균 쇠, 21세기를 위한 21세기 제언 등의 두꺼운 책도 있었으니까 이걸 2권씩 계산했을 때 +5권이 더 추가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독서 리스트의 평균 평점은 3.62인데 작년은 3.78 재작년은 3.72여서 왜일까 생각해보니 기대했던 작가의 소설이 별로여서 1.5점을 줬던 게 평균이 낮아진 이유였다. 채사장의 소마였다. 열한 계단과 지대넓얇0,1로 충분히 채사장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소마로 아직 채사장을 이해하려면 멀었구나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완독을 했다는 건 그래도 읽을만하니까 완독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3점 이상을 주는 것도 평균 평점이 높은 이유다. 완독을 했는데도 3점 이하를 줬다면 어쩔 수 없이 읽다 보니까 완독 했던 경우(주식 관련 책)나 그래 작가가 이유가 있겠지란 생각으로 읽게 되다 보니 주는 점수 일 것 같다. 채사장의 소마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읽다가 포기한 책은 평점조차 줄 수 없다.    

  

올해 베스트 책은 왜 살아야 하는가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인데 이 중에 하나를 뽑으라면 왜 살아야 하는가이다. 아주 많은 고민을 했지만 역시 왜 살아야 하는가이다.

이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인데 유명한 쇼펜하우어, 카뮈, 니체 등이 나오면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를 통해 삶과 죽음을 말해준다. 고통, 믿음, 의지, 사랑, 예술, 초월, 의미, 언어, 부조리과 같은 것으로.

당시 읽어야 했을 때 굉장히 날이 따뜻했다. 날이 따뜻하니 나는 시샘하는 것처럼 또 한 번 세상이 안 망하나란 생각으로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가 옛날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생각했을까가 떠올랐고 또 한 번 우울해지기 시작할 때쯤 이 책을 읽어서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좋았다. 다 읽어 갈 때쯤엔 다시 따뜻한 세상이 망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잠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이 올해 베스트 책이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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