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내게 주는 현실은 나이에 따라 달랐다. 10대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함께 집에 살면서 집의 구조는 거실 1개, 방2개가 당연한 것 같았다. 20대 초반에 첫 원룸을 접한 순간엔 이 정도의 크기라는 공간보다는 새벽까지 게임을 해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늦게 자도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최선의 자유라고 믿었다.
20대 중반에 들어서야 집에 대한 공포감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1달 학교실습을 할 때 내가 선택한 곳은 고시원이었다. 겨우 1달 잠만 자는 곳이라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조금의 소리에도 방음이 되지 않아 소리가 들렸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더 시간이 흘러 취직을 했을 때 완전한 독립이라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보증금도 받지 않았다. 나는 곧 후회했다. 그때 돈을 빌렸다거나, 대출을 했었다면 좋앗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래도 이 전의 고시원보다는 좋았다. 그땐 창문도 없었고 화장실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는 2년의 계약으로 인해 여러 집을 옮겨 다녔다. 동네가 익숙해질 때쯤 떠났고, 지긋지긋한 동네라며 떠나기도 했다. 늘 현실에 맞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언젠가 나도 집을 사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는데 훨씬 현실의 벽은 높았다. 최근에 집값은 너무 올랐고, 30대 후반에 들어서는 내가 어떤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