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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May 01. 2023

2017년 퇴사 후 런던여행을 선택한 건 지금은 할 수 없을 사치였다. 9일동안 비가 자주 왔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비가 조금씩 왔기 때문에 우산 없이 다닐 수 없었다. 결국 적응을 해야 했고 나는 우산을 내내 들고 다녔다. 알고보니 나처럼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들고 있던 우산을 펴고 비오는 런던 거리를 걸었다. 이게 런던여행이다라는 생각으로 걸었지만 이내 카페로 들어가서 쉬기도 했다.


비오는 런던이 좋았던 이유는 그들의 약탈을 자랑한 찬란한 역사의 상징 대영박물관 그리고 그 외에 런던에 있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 오랜 시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 침략했던 나라의 유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되는 박물관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여러 나라의 흔적을 볼 수 있어서 힘들게 온 런던에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나는 당시 축구나 문화의 중심인 영국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내내 혼자 설렌 기분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수 없이 많은 나라에 침탈당했던 우리나라의 역사에 영국이 주변에 있었다면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가까운 이유로 여러 번 갔는데 안 좋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여행에 있어 역사는 그냥 흘러 왔던 것뿐인지도 모르겠다.


압도되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부러웠다. 우리도 유물이 많았으면, 예술작품이 많았으면이라고. 침탈당해 찾지 못한 유물은 아직도 얼마나 많을 지, 반대로 우리의 유물과 작품은 세계의 중심에서 폄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비오는 거리를 보면서, 또 무지개를 보면서 당시 읽었던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인상깊게 읽어가면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박물관을 나오니 어느새 비가 다 왔는지 사람들은 우산 없이 걷고 있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근처에 테이트모던이 있었다. 유명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창밖을 향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처음보는 크기의 쌍무지개였다.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을 날려버렸다. 두고두고 아쉬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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