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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Jul 23. 2023

내가 만난 직장사람들에 대하여 - 1


1. 드라마에서 본 듯한 대표와의 만남   

  

첫 회사의 면접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면접시간에 맞춰 나와 2명은 대표실에 앉아 있었다. 대표는 4명이 보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남은 1명을 기다리자고 말했다. 나는 그때 대표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융통성 있고 참된 리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남은 1명이 오자마자 틀렸다는 걸 말해주었다. ㅇㅇ씨 10분 늦으셨네요 저희는 시간 약속 어기는 사람은 직원으로 뽑지 않습니다. 나가세요. 당연히 늦은 면접자는 사과를 했고 사정이 있으니 면접기회는 봐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표는 완강히 나가시라라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 그가 어떤 사정이었는진 모르겠으나 면접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지각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대표는 나를 포함한 남은 3명의 면접자에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입 면접이라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서 물었던 것 같다. 아마도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다. 알바 면접 때도 성실함을 최선으로 내비쳤으니까.

나와 그리고 남자 1명, 그리고 여자 1명 중 여자는 소극적으로 면접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의 꼰대 같은 모습이 마음에 걸리긴 했다. 그때의 대표와 여자분의 질문과 답변으로 알 수 있었던 건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질문과 답변의 시간은 생각보다 꽤 길어졌다. 남자는 뽑힐 것 같았다. 성실해 보였고, 내 나이또래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반반이었다. 대표는 어느 부서가 필요한데 그 부서가 이번에 만들어져서 사람이 부족한데 할 수 있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대표는 아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알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한 건지 모르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한 건지. 아무튼 첫 번째 면접은 그렇게 끝이 났다.     

며칠이 지났는진 모르겠으나 합격문자가 왔다. 나는 인생에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고 했을 때 첫 출근을 떠올린다. 결정적인 장면에는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큰 방향을 선택하는 순간, 지금 생각하면 꼭 그곳에 갔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표는 월요일마다 직원들을 모아서 자신이 개척해 온 위대한 길을 설파했고, 우리는 매주 그 말을 처음 듣는다는 듯 감탄하며 대표의 위대함에 호응했다. 우리도 우리지만 매주 같은 말을 하면서 왜 처음 말하는 듯이 말하는지는 그때도, 지금도, 시간이 지나서도 이해는 되지 않을 것 같다.       


2. 이 주의 우수사원은 ㅇㅇㅇ     


첫 출근 때 붙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보고는 반가워했고 나 역시 그와 함께 합격을 해서 기뻤다. 여자는 역시나 탈락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지각한 그 사람과 그 여자는 탈락을 함으로써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나는 다른 부서로 배정되었다. 나는 아쉬웠지만 아쉬움과 긴장감을 가진 채로 새 부서로 갔다. 나보다 3개월 빨리 입사를 한 A는 3살 어렸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들어왔기 때문에 선배라고 부르라면서 회사와 팀의 정보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A는 이 후로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는데, 그 이유는 A 특유의 경계심이었다. 당시 신입들을 많이 뽑았는데 그 이유는 신입들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을 대표가 즐겨했기 때문이었다. 이 주의 우수사원, 얼마나 달콤한 말인지 모르겠다. 군대에 있을 때 부조리하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있다. 이등병들을 서로 경쟁시키는 일이다. 이등병은 일어나자마자 청소도구를 들어야 한다. 빗자루 쓰레받기는 이등병중에서도 꽤 선임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이등병중의 이등병은 무얼 들어야 할까, 당연히 청소하기 어려운 화장실 청소도구나 마대걸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 수만큼 청소도구 수량은 부족했다. 수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침 준비가 늦으면 청소도구를 잡지 못한다. 청소도구를 잡지 못한 이등병은 그날 하루는 끝이라고 봐야 한다. 나는 아침에 청소도구를 잡기 위해서 새벽 5시 50분부터 이불속에서 조용히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양말을 몰래 신고 일어나자마자 전투복으로 갈아입는다. 양말을 신을 최소한의 시간을 버는 것이다. 물론 들켜서도 안된다. 들키면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에 대한 눈초리와 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 주의 우수사원에 뽑히는 일은 그때의 부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한 주 동안 뭘 해야 우수사원에 뽑히는 걸까. 어느 하루는 아무런 이유 없이 A가 되었는데 대표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주임이 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하란 말을 했다. 이상했다. 부서에 주어진 일에 할당량을 A가 잘 해내서 성과를 냈다면 납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똑같이 야근을 하고 똑같이 할당량을 했는데 몇 명의 신입사원 중에 이 주의 우수사원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팀장의 추천이었을까, 대표의 마음이었을까.

대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이유는 그전 날 주말 밤이었다. 주말에 A가 사무실에 갈 일이 있었고 그날 밤 A는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마침 대표가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사무실에 갔더니 A가 혼자 사무실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표가 자네? 주말인데 쉬지도 않고 회사 사무실에 있는 건가? 이거 참 열심히 하는 친구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일까 그 이후로 신입직원들은 평일에도, 주말에도 가끔 밤 9시까지는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남아야 했다. 각자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고, 무언의 압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런 회사는 망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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