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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Jul 25. 2023

내가 만난 직장사람들에 대하여 - 2

3. 나의 약점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건     


두 번째 회사의 대표는 무난한 사람이었다. 첫 회사의 대표가 너무 다이나믹하고 부조리해서 그런가. 상식적인 사람 같았다. 회사규모는 첫 번째 회사보단 작긴 했지만 일을 더 체계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각 회사마다 유용한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그 시스템은 회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것을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것이고 계속해서 유지하고 보완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써 해내왔을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회사의 시스템은 달랐다가 아니라 틀렸다. 그런식으로 직원들이 살아남아봤자 또 다른 의미 없는 경쟁에 놓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의 내 나이보다 어렸을 그때 그 과장은 아무런 일이 없을 때에도 주말에 출근을 했고, 주말에 출근을 했던 것이다. 그 모습으로 대표는 일을 한다는 판단을 했다. 두 번째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직원에게 이런 것도 해주냐라는 충격을 적잖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보다 한 직급 높은 B주임은 그전엔 이런 거 없었냐고 말해주었다. C는 세 직급이 높은 과장이었다. 나는 B, C와 일을 하면서 이 전에 배우지 못했던 것을 배웠다, 첫 번째 직장에선 나름 스스로 체득했다고 생각한 건 문서작업이었다. 평소 온라인게임과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키보드배틀로 다져진 손빠르기는 문서작업에도 도움을 주었다. 단축키를 통한 빠른 손놀림, 그리고 정교한 마우스 컨트롤까지, 문서 빠르기는 동년차와 비교한다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빠르기는 첫 번째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은 터라 자신은 있었다. 그게 B와 C에게도 인정이 되었다. 어떤 것을 인정받는 기분이 좋았다. 첫 번째 회사보다 좋은 데다가 사람들 또한 좋았다. 거기다가 의미 없는 9시까지의 야근도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B가 좋았다. 첫 번째 회사에서의 의미 없는 경쟁과는 달리 B와 나는 경쟁할 필요도 없는 한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을 해내가면서 어느 날 나는 B에게 고민거리를 말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약점을 말했다. 고민거리는 이 일이 힘들다, 성격이 소극적이라 걱정이다.라는 것이었다. 말할 때는 신입이라면 할 수 있는 가벼운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고민은 B를 통해 커져서 퇴사를 하고 싶다는 말이 되었고 그 말은 팀장에게 그리고 대표에게까지 전달되었다.     


4.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려면 각자 맞는 부품이 필요해     


세 번째 직장을 그만두기 전 산책을 하자는 D이사의 말에 따라 나는 파일을 정리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공원은 아니지만 산책을 하기 좋은 장소였다. 나는 회사를 다닐 때 D이사를 무서워했는데 그 이유는 완벽함에 있었다. 회사의 모두가 D이사를 마주하기 꺼려할 정도로 문서에 대해서, 일에 대해서 깐깐했는데 언젠가 그 깐깐함이 일로써 증명이 되었을 때 성격은 더럽지만 일은 잘하시잖아라는 평으로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나는 당시 내가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치되면서 회사에서 나에 대한 쓸모를 고민하는 시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해왔던 직무와 다른 부분이 있어 커리어적으로 봤을 때 추후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가질 수 있었던 희망은 얼마 남지 않은 조직개편에서 원래팀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조직개편을 하기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것, 소심한 자세를 버리고 다시 원래의 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인사팀에서는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걱정보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결과는 E과장만 원래의 팀으로 가게 되었다. E과장은 회사에서 생각이 있을 거란 말과 함께 일단은 지켜보자란 말을 했지만 이미 정해진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말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최후의 수단을 써야 했다. 원래의 팀으로 가지 않는다면 회사를 관둘 수밖에 없다는 말로 조직개편을 부정했다. 회사는 당연히 원래의 팀으로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 팀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니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고, 회사를 관두겠다고 말했다. 퇴사날짜가 잡혔고 나는 파일을 정리했다. 파일을 정리하면서 내가 왜 원래의 팀으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첫 번째 두 번째 회사에서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 회사에서 이 일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D이사는 내게 회사가 생각하는 너의 위치가 거기만 있으라는 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기존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은 팀에게도, 결국 회사에게도 필요하니 너의 위치가 결코 비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일수 있다. 당시 세 번째 회사는 늘 먹거리를 걱정해서 신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각 팀은 신사업 아이템을 분기마다 발표했는데 그것이 실현되기란 어려웠다. 결국 원래의 일에 대한 매출을 일부 포기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모험이었다. 모험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하려면 결국 기존의 사람이 필요하다. 그 실험이 새로운 팀이었고 거기에 내가 있었다. 사실 D이사의 말이 맞았지만 나는 기존의 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터라, 그 말이 미웠다. 왜 난가? 왜 내가 그런 회사의 실험에 쓰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D이사는 끝까 내게 현재 팀의 필요성을 말했다. 회사라는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선 결국 한 명 한 명이 부품이 되어서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로. 나는 이사라는 위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두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좋게 말해줘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는 말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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