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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Mar 12. 2023

처음

처음 글쓰기가 좋아진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단단함이었다. 이 감정을 느끼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글은 배설에 지나지 않았다. 쓰고나면 마음은 정리가 됐으나 쓴 글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 글에는 못난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쌓아온 반성문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썼던 글을 보는 건 과거의 나를 보는 일이다. 그래서 과거를 보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았다. 그러다 간혹 좋은 거만 보고 싶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때면 '문득 과거를 마주 할 용기' 라는 어디서 봤을것 같은 제목 같은 감정에 쌓이곤 한다. 그러면 내가 써왔던 글처럼 마음이 무너지곤 하는데 그건 내가 과거의 모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돈과 일과 사랑에 대한 것들을 갈구하는 모습이 정돈되지 않은 채 흩어진 채로 있으면 주워담는 것은 글이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복잡한 마음을 써오며 나름의 감정 정리라는 휴지통을 만들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글들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느낀 감정은 호흡이었다. 문제라는 생각이 든 건 내 글의 피드백엔 글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핑계를 대자면 솔직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쓰지 못해서 일어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쓰다보니 과연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드백에 맞는 글을 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도 에세이든 소설이든 글을 쓰며 마음을 갈구할 것 같다. 글로 호흡하는 순간에 내가 더 단단해질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내 글을 고쳐 쓰면서 단단해지고 싶다. 이것이 비록 어떤 것을 해결해주지도 않고, 나아지게 하는 것도 없겠지만. 사는 동안 무엇이든 처음을 맞이한다. 처음이라는 의미가 필요할 때면 특히 의미가 빛바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더 단단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을 쭉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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