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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Nov 04. 2023

좋았던 것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 전 플로라 앤 썬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누구보다 그 영화를 보고 싶었다. 인생을 걸만할 것 같은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그 감정이 지워지는 게 아쉬워서 한동안 내 적으로 호들갑을 떨었을 때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싱스트리트다. 싱스트리트가 나온 지 2016년이었으니 7년이 지나서 신작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안 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더 빨리 가능하면 심야로.


그러니까 이 글은 결국 그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쓰는 글이며, 하루빨리 OTT나 네이버온에서 서비스를 해주길 바라는 심정에서 쓰는 글이며 여전히 나는 존카니 감독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에 쓰고 있는 것을 존카니 감독은 알아주어야 한다.


왜 나는 플로라 앤 썬을 보지 않고 지나 쳤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집 주변에 있는 롯데시네마가 아닌 CGV 단독상영이 첫 번째 문제였다. 분석적인 글은 나와 안 어울리니 짧게 요약하면 그래서 귀찮았다.


두 번째는 치명적이다. 그래서인지 아님 홍보가 잘못 됐는지 아니면 영화가 실망이었는지 관객수가 24,568명이다. 아무리 취향을 타는 감독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흥행을 하지 못하는 감독은 아닐 텐데라고 관객수를 검색해 보니 비긴어게인 말고는 그렇게 많은 관객이 보진 않았다. 그러니 또 이게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그런 형편없는 성적을 보여주는 그런 면 말이다.


근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세 번째다.   


관객수도 얼마 없고, 주변에서도 본 사람은 없고, 결정적으로 내가 영화를 볼 시간이 없으니 좋았던 것을 확인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생각해 보자. 이렇게 망설이다가 날렸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가령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맛있는 것을 나눠준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들과 같고 싶지 않아서 손을 안 들었을 때라던가. 햄버거를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망설이다가 치킨을 먹을 때라던가. 뭐 이런저런 비슷한 것들로 무언가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 나는 얼마나 그 마음을 아릿하게 그 과거를 아파하고 내내 떠올려야 했을까. 그래서 한 가지 질문을 내게 해본다.


그래서 좋았던 것을 확인하지 않아서 이제라도 확인하려고? 


실망을 할 것이냐 아니면 역시 존카니야 라고 하면서 또 호들갑을 떨 것이냐 중에 나는 아마 늦게라도 플로라 앤 썬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 것 같다. 그게 또 지겨운 삶 속에서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작은 사치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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