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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Nov 09. 2023

여백이라는 진리

여백이나 진리는 유독 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은 단어다. 2009년 3월 친구 한 명이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한 것처럼 진리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말이 건방지면서 꽤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친구의 말에 진리는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다. 친구는 특유의 하찮아하는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진리에 대해서 쓴 글이 있으니 보라는 말을 하면서.     


나는 친구가 쓴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는 내가 아무리 내 시야만큼 보고 듣고 살아간다고 해도 내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구나라는 충격이었고. 두 번째는 나는 내가 주장하는 것을 뒷받침하여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어떤 문제를 받아들이는 데엔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마음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해 나가며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던 세상이 내가 알아왔던 세상이 아닐 것만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후부터 생각하지도 않았던 진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명한 진리가 하나 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이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해갔다. 특히 영원히 내게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착각들이 사라져 갔다. 나는 그럴 때마다 혼자 상실감을 느껴야 했다. 그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사람이었으면 지금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리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인정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나는 이러한 진리를 없애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한 동안 우울했다. 그리고 한 동안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정하기 싫어서 우울해했고, 우울해하면서 우울해하지 않기 위해 변하지 않을 것들을 찾아다녔다. 그 이후 영원히 있을 것만 같은 우리,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나의 마음, 영원히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 전부, 나의 실수로 또는 각자의 실수로 인해 변해가는 것들을 보면서 한 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게 아니라 틀렸구나라는 생각으로 한 동안 또 괴로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온몸으로 몸부림을 치며 먹고사는 일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나는 그동안 어떤 변화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럴 땐 난 변화했어 가 내게 관대한 마음일까, 아니면 난 변화하지 않은 사람이야라는 게 관대한 마음일까, 잘 모르겠다. 나는 분명 변한 것 같은데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어떨 때 진짜 나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몇 번의 기억점들이 있다고 했을 때, 그중 변해서 좋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름 긍정적인 변화나 부정적인 변화나 변화는 변화 그 자체로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로 인해서 생기는 우울한 감정은 사라져 갔다. 그제야 나는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를 변화로 만들어 가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그 사이에는 이만큼의 여백이 있을 수도 있고       

             



겨우 이만큼의 여백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여백이 보이면 나는 텅 빈 여백 안을 채워나갈 만큼의 어떤 무언가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있지만 모를 가능성이 높다.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예상을 벗어난 범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게 변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들을 모두 의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시 진리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심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모든 것은 변한다라고 누군가 그랬지만, 나는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나만의 진리를 믿는다. 동시에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진리또한 의심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생각의 끝에는 아마 오랜 시간 동안 텅 빈 여백을 채워갈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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