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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Oct 15. 2023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독서 후기

꿈이었으면 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꿈이었으면 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김연수 작가나 에세이집 작가의 루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작가 한 명이 있다. 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하루키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10km 달리기를 하고 몇 시간씩 글을 쓰고, 저녁 일찍 잠이 드는 하루를 보낸다. 작가들에게는 글을 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텐데 하루키는 그것을 달리기라는 비교적 간단한 운동과 하루에 일정량 글을 쓰는 루틴을 제시하여 수많은 작가에게 루틴노하우를 알려 주었다. 하루키로 인해 달리기를 한다거나, 또는 운동을 한다거나 그래서 체력이 좋아져서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거나 아니면 골병이 들었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또는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앙들 같은 것들까지. 또는 나는 하루키 싫어라고 하지만 하루키를 아예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모두 다.   

  

그래서 하루키의 책을 펴면 신비로운 꿈에 접속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키가 만약 현실에 맞닿아있기만 할 것 같은 소설만 쓰는 작가였다면 이렇게 까지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현대적 판타지 소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하루키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꿈을 그리듯 따라가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은유, 상징, 메타포. 

1명의 작가의 책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의미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을 중간중간 책에 심어서 실제로 그것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 건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게끔 만들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서 어떻게 보면 미치도록 답답하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좋지도 않고 싫지만은 않아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게 떠올라서 나는 디자인을 볼 때 심플한데 디테일한 문양이 좋으나 촌스럽진 않은데 약간은 레트로적인 이미지랑 모던한 걸 봐 그렇게 차갑지 않은데 약간은 뜨거운 그런 디자인을 좋아해.라고 말하면서 상대방에게 몇 초의 물음표를 남기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듣고 그런 말을 한 나에게 디자인을 말한 의미가 뭐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뭐지? 옷을 말하는 건가 건물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책디자인을 말하는 거야? 분명한 건 이렇게 씀으로써 이 글도 무슨 말을 하는지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정말 그러했다. 무슨 이야기야 도대체, 이야기가 시작되긴 하는 거야? 하루키 끝났네 ㅉㅉ로 시작해서 중간쯤엔 인물과 인물이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고, 끝날 때는 다시 꿈을 그려가는 작가 하루키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서 말인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마지막 장을 통해 이야기가 끝났지만 끝을 통해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하늘을 보는 일이나 아무 걱정 없이 평온한 상태로 편안하게 있을 때,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할 때 그래서 정말 꿈이었으면 해서 그 꿈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꿈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었다. 허우적거릴수록 그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어쩌지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현실의 벽은 높아지는데라는 불안감은 꿈에서 깊어질수록 더 짙어져서 결국 깨어나야 하는데.

그래서 현실을 살아가야하기에 계속해서 꿈에서 허우적거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결국 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꿈에서는 꿈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꿈에서 깨어나 이제는 꿈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지낼 것 같다. 그래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하루키는 나에게 말했다.

즐거우셨죠? 일요일 저녁입니다. 출근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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