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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Oct 09. 2024

[신춘문예 리뷰/2021 경향] 나에게

신춘문예 2021 경향신문 당선작 나에게 / 양지예 리뷰


한 줄 정리

색약을 가진 학생과 그 담임의 이야기.


인물 소개

갓 담임이 된 화자로, 일도, 학생도 버거운 상태다.

소린은 관심이 가는 학생이다.

청아는 화자를 잘 따르는 것 같지만, 실은 소린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좋았던 장면들 정리


1.

아이들 과제를 채점하는데 유독 소린의 시험지가 눈에 띄었다. 이름, 풀이 과정, 답까지 모두 분홍색 펜으로 적어놓았다. 계산 문제를 펜으로 푸는 아이는 흔치 않은데 거기다 분홍이었다.


-> 첫 문장과 세번 째 문장까지 흔히 쓰지 않는 분홍색을 썻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소린의 자리는 교실 중앙 앞에서 두 번째로 교탁에 서면 눈에 가장 잘 띄는 위치다. 필기할 때면 소린은 미간을 계속 찌푸렸다 폈다 했다. 노트를 볼 때마다 주름이 패는 모습에서 보건대 아이답지 않게 원시(遠視)가 있는 모양이었다. 분홍색 펜을 들고 찡그린 채 문제를 풀었을 소린을 상상하자 또 웃음이 났다.


-> 초반, 핑크펜에 인상 깊은 소린을 화자는 관심이 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녀를 관찰하는 장면이다. 원시가 있는 모양이었다. 를 통해 소린의 눈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게 하고, 또한 화자는 그저 분홍색 펜을 좋아하는 학생 정도로 받아 들였을 문장이 되었다.


3.

나도 가지각색 펜을 모아 필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무렵이었다. 이모네가 서점 겸 문구점을 운영했던 덕이다.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필통의 부피가 요즘 애들 말하는 인싸력의 잣대였다. 고가인 하이테크C는 어찌 보면 정점이었다. 나는 반에서 가장 많은 하이테크C를 가진 아이였다.


-> 그래서 펜 하니까 화자는 과거로 돌아간다. 자신 또한 펜을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그 땐 고가의 하이테크c가 최고의 펜이었다.


4.

“소린이도 미술부였니?”

“아뇨, 지난번에 미술 선생님이 나가보라고…….”

“미술 선생님께서 직접? 소린이도 그림을 잘 그리나 봐?”

“모르겠어요.”

“몰라?”

“저도 걔 그림 본 적이 없어서요.”

화려한 노트필기를 보면 끄덕여지기도 했다. 남다른 색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 소린은 미술부이기도 했다. 알고보니 ~였다의 반전 장치로 쓰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술부는 어쩌면 흔한 부서이기도 하다. 또한 색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소린을 생각하면 색감이 뛰어나다, 라는생각을 하게 한다.


5.

점심시간, 소린이 교무실에 찾아와 불쑥 죄송하단 말을 꺼냈다.

“눈 아프셨어요?”

과제 이야기였다. 돌려주면서 시험지 하단에 “갱지에 분홍색 펜은 잘 안 보입니다. 과제는 연필이나 검정펜으로 작성해주세요”라고 메모를 적었다.

“응? 아니야. 아프지는 않았어. 그래도 공식 문서니까 검정이 낫지. 내년에 고등학교 가서는 더 그렇고. 앞으로도 쭉 그렇고.”

“죄송해요…….”

“왜, 수행평가 점수 깎였을까 봐?”


-> 소설은 핑크 색 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계속 된다.

화자인 담임은 그저 수행평가 걱정으로만 치부한다.


6.

“네. 근데 비싸서요.”

“그래? 그럼 이거 가져다 써. 과제에는 쓰지 말구.”

고맙습니다, 펜을 받아들고 제 위치로 돌아가던 손이 어정쩡한 허공에서 멈추었다. 나는 교무실 책상 앞에 앉은 채 소린을 올려다보았다. 길고 마른 어른의 팔뚝에 아이의 손이 달려있었다.

“쌤, 남자가 핑크색 좋아하면 별로예요?”

“으응, 아니? 왜?”

“전에 누가 게이냐고 그런 적이 있어서요.”


-> 핑크색을 집중하며, 작가는 독자에게 너희가 생각하는 색약 그런건 아니야 하는 것 같다.


7.

“애들이 그러는데요, 머리 자르시니까 저랑 쌤이랑 닮았대요.”

대단한 비밀처럼 속삭였다. 장난스레 웃는 아이의 귓불이 발갰다. 대답할 말을 찾는 와중에 구원처럼 예비종이 울렸다. 어떻게 말했어야 옳았을까. 선생님이 영광인데? 과장이 심해서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말은 나처럼 예쁜 선생님한테 실례 아니니. 농담처럼 상황을 잘 넘길 수 있겠지만 발간 귓불을 무시하는 처사 같다. 나와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학창시절의 나였다면 어떤 반응을 원했을까. 학생이 원하는 반응을 해주는 교사가 진정 훌륭한 교사일까.


-> 당황한 담임은 아무 말 하지 못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계속 했을 고민이기도 했다. 진정한 훌륭한 교사에 대해서.


8.

“선생님, 구름이 복숭아색이에요!”

소린이 라식했구나? 아뇨. 내 질문에 들뜬 얼굴이 가라앉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느린 화면처럼 모든 장면이 마음에 박혔다. 한 달이 좀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자주 이 대화를 떠올리며 반성하곤 했다. 대단히 잘못한 일도 아니건만 어쩐지 스스로를 탓하게 되었다. 감정이 투명하게 비치는 아이의 말에, 좀 더 적절하게 반응할 수는 없었을까.


-> 어느덧 담임인 화자는 소린과 짧은 개인적 대화도 한다.

구름이 복숭아색이라는 말에 라식했구나 라는 답변으로 어느 것이 교사에 맞는 말인지 계속해서 고민을 남긴다.


9.

“분홍색에 노란색을 섞으면 복숭아색이라고…….”

“아뇨, 쌤. 분홍색이 아니라 핑크색에 섞으면요.”

“분홍이 핑크 아니야?”


-> 소린은 색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 색을 구분할 수 있었다.

소설은 계속해서 분홍색류만 파고들고 있다.


10.

“이것도 외할아버지가 주신 거예요.”

선글라스와 외할아버지의 선물. 언뜻 두 개념 사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끼는 거야?”

“네……. 어, 아뇨. 잘 모르겠어요.”

“응?”

“저는 외할아버지가 불편했거든요.”


-> 소설은 중반부가 되며 소린의 이야기를 더해간다. 외할아버지는 소린에게 선글라스를 선물해준다.

선글라스의 용도는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저 패션용으로만 치부한 담임인 화자는


11.

“학교에서는 웬만하면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 라는 말로 대화를 마친다. 그러나 곧 서툼에 후회를 한다.


12.

청아는 유독 나를 따랐다. 사립학교 특성상 젊은 교사가 얼마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각양각색 학생 중에 과자나 사탕 같은 소소한 선물을 주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청아도 그중 하나다. 수업하는 내 모습을 크로키해서 준 적도 있었는데, 나는 지금도 파일 속에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필기 다 하고 그린 거예요오오. 뭘 주지 않아도 충분히 어딜 가서든 예쁨 받을 만한 아이였다.


-> 소설 중반부에 접어 들며 청아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실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 장치이지만, 청아가 나오면서 소린에 대한 내용을 더 알려주고, 추가하는 장면이 되었다.


13.

“쌤이 그러셨어요. 매력도 재능이라고. 그럼 뭐 쟤는 재능이 있나 보죠. 짜증나요.”


-> 소설은 청아를 통해 계속해서 소린의 미술과 색감에 대한 재능을 조명한다.


14.

내가 보는 빨간색이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이 보일까. 어린 시절 나도 이 부분을 궁금해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나의 전공이 바로 이 부분을 다룬다.


-> 내가 알고 있는 게 다일까라는 진부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 / 이 질문은 양지예작가의 다른 작품 겨울나그네발굴단에서도 같은 물음을 던진다.


15.

소린이 열심히 설명했던 색을 꼽아보았다. 분홍색 핑크색 살구색 복숭아색 벚꽃색 복숭아꽃색. 어느 쪽이 더 노랗고 더 빨갛다고 했더라. 천천히 줄을 세워보았다. 나름의 스펙트럼이었다.


-> 결국 청아를 통해서 색을 구분해본다.


16.

이번 주제는 스펙트럼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교실 뒤쪽에서 영상을 보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면, 멀리 떨어진 행성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레이션이 흐르는 가운데 소린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외할아버지 선물이라던 선글라스였다.


-> 스펙트럼 수업에서 소린은 선글라스를 꺼낸다. 이 전에 선글라스는 학교에서 쓰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때문에 화자인 담임은 화가 난다.


17.

“써 보실래요?”

안경다리를 차근차근 펼쳤다. 그리고,


-> 선글라스를 가져온 소린을 혼내지만, 제대로 혼내진 못했다. 소린이 울었고 담임은 당황한다. 소린은 담임에게 선글라스를 써보라며 건넨다.


18.

눈이 마주쳤다. 사과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오랜 시간 소망해왔건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19.

“선생님한테는 어떻게 보여요?”

대답 대신 두 손을 내밀어 잡았다. 까칠한 손끝이 아직 어딘가 말랑했다. 소린이 웃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단단한 어른의 미소였다. 미소 너머 슬쩍 미래의 무언가가 비쳐 보였다.


-> 평범한 소설이지만, 이 소설의 작품성을 높이는 문장이었다.

고민하고 망설였던 생각이 사과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고백과

소린이 말하는 어떻게 보이냐는 질문이 겹치면서, 지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 색약과 선글라스, 그리고 담임에 대한 진부한 소재가 작품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보는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용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신춘문예 소설 중 가장 좋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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