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천문폭포에서 만난 따뜻한 인연

길을 잃어 만난, 따뜻한 쉼표

by 혜원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쉬게 하는 여행

수락산 입구의 계곡물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액티비티한 여행지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쉬게 하는, 정적인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락산 천문폭포’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후기를 찾아보니 아스팔트처럼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부담 없이 걷다 보면 멋진 비경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후기대로 깔끔하게 닦여진 임도를 따라 진입하는 길이 매우 순조로웠다. 수락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계곡이었다. 계곡물 소리가 귓가에 울리니 힐링이 절로 되었다. 하지만 조금 더 오르자 양 갈래길이 나타났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이정표를 보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더군다나 그 길은 등산로처럼 경사가 있어 순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길 위에서 만난 따뜻한 부부

천문폭포까지 이어지는 따뜻한 동행

그때 부부 한 쌍이 다가와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낯선 길 위에서 만난 이 친근한 부부가 어찌나 반갑던지, 마치 오래된 이웃을 만난 듯 마음이 놓였다. “네, 천문폭포를 찾아가려는데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남편분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천문폭포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멋진 폭포가 하나 있어요. 길이 쉽지 않으니 저희가 같이 모셔다 드릴게요.” 그 순간, 여행길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함께 산을 오르며 살아가는 고민과 자식 이야기, 소소한 사연까지 허물없이 나누었다.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천문폭포의 절경

드디어 도착한 폭포 앞, 눈앞에 펼쳐진 비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곳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명소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서울 근교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숨어 있었다니! 너럭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잠시 쉬어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집으로의 초대와 나눔

부부의 배려와 나눔

뜻밖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부는 “이것도 인연인데 집으로 함께 가시죠”라며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남편은 쉐프 출신답게 라면을 직접 끓여 내주었고, 과일과 커피까지 내어주시며 정성 어린 손님맞이를 해주셨다. 아내는 텃밭으로 우리를 이끌더니 직접 키운 농산물을 한아름 챙겨 주었다. 이미 한 차례 수확이 끝나 부족한 것은 옆집에서 빌려오기까지 하며 마음을 다해 주셨다. 그 따뜻한 부부의 배려와 나눔에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냄새가 있는 세상

사람냄새가 점점 옅어지고 개인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살맛 나는 순간이 있음을 여행길에서 다시금 느낀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맺어진 우정, 따뜻한 마음의 나눔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내게 또 다른 힘이 되어 준다. 그래서 여행은 끊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을 가진다. 여행은 풍경보다, 결국 사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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