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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한 발 걸음
행복은 지금 소비하기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다
by
미나
Jan 13. 2025
‘패신저스’라는 영화를 보았다.
줄거리는 지구에 살던 5천여 명이 신(新) 행성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 꾸며 우주선을 타고 120년 떨어진 행성까지 동면하며 이동한다.
이동 중 원인 모를 사고로 인해 남주인공만 동면에서 깨어나고, 90년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여주인공을 고의로 깨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프리랜서의 시작
30살,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회사일에 치여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한동안의 방황 후에 시작된 프리랜서의 길은
몇 안 되는 거래처에 의지하며, 일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다는 불안함이 깔려있었다.
내일 당장 일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길.
행복 반납하기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미래 어딘가에 있을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반납하며 살아왔다.
지금 당장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며 사는 대신 먼 미래를 위해 포기하기 일쑤였다.
지금 원하는 걸 사기보다 나중에.
지금 원하는 걸 먹기보다 나중에.
반납했던 행복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큰 덩어리가 되어 받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디에도 그 행복은 없었다.
‘내가 쓰지 않고 모아둔 행복들 다 어디로 간 거야???’
행복 소비하기
행복하기를 미루고 아낀다고 더 큰 행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지나간 시간들이 아까워 무척이나 후회했다.
그동안 놓친 행복을 다 찾아먹기라도 하듯 순간순간 행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기에 걸어가면서도 염불 외우듯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감사할 일이 더 생기고 행복감도 자주 느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근육이 생기듯 행복도 근육이 붙었다.
'오늘은 김치찌개가 잘 끓여졌네, 행복해'
'잘 먹어주니까 기분이 좋네, 이게 행복이지'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
행복을 미뤄 저축해도
이자는커녕 원금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유난히 잘 끓여진 김치찌개와 밥을 먹는 이 순간 행복을 찾아 소비해야 한다.
행복은 소비할수록 복리가 된다.
마치 몸을 써서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가끔은 행복이고 뭐고 삶이 고단해 행복 따위 개나 줘버려 할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이 영화를 보았다. 친구는 그 영화는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영화라고 했다.
외로워서 여주인공을 깨운 건 범죄라고. 맞는 말 같아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그 둘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우주의 예쁜 행성을 바라보며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부분이었다.
영화 속처럼 우리는 지금 우주 행성 한가운데 있을지 모른다.
미지의 목적지로 향하는 먼 시간을 비행하는 우주선 안.
그 도착지가 어떠한 모습일지도 모르는데
확실치 않은 목적지만 보느라 정작 현재의 행복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행복을 소비하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흥청망청 다 써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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